[현장에서] 협회 대신 나선 카드 노조 "수수료 체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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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대변하는 여신금융協금융산업노동조합과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카드지부는 30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은 일괄 시행이 아니라 차등 적용돼야 한다”는 내용의 정책 제안을 발표했다. 카드사 노조가 기자간담회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채용이나 구조조정 문제가 아니고 노조가 정책 제언까지 하는 경우는 금융계를 통틀어서도 이례적이다.
정부 눈치보며 목소리 안 내
'차등수수료' 절충안 제시
정지은 금융부 기자
왜 카드사 노조가 나섰을까. 카드사 관계자들은 “카드업계를 담당하는 여신금융협회도 카드사 경영진도 나서지 않으니 노조가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카드업계에선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이 최대 이슈인데도 협회나 경영진이 적극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이날 노조가 제시한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한 카드 수수료는 당초 계획대로 인하하되 매출 5억원을 초과하는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는 높이는 식의 ‘차등수수료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다. 또 대형 가맹점에 업종별 하한수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사업자 범위를 확대하고 카드 수수료율을 추가로 인하할 방침이어서 카드사들의 부담이 커졌다”며 “이대로는 카드사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고용마저 위태로울 수 있을 것 같아 나섰다”고 말했다. 노조는 정책당국자도 만나고 국회의원들도 찾아가 정책 제언을 설명할 계획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노조가 이렇게라도 목소리를 내주는 게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며 “금융산업은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대해 개별 카드사가 목소리 내기는 힘들어서 협회의 대응을 기대했지만 협회도 금융당국의 눈치만 본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여신금융협회 측은 “오는 12월 카드 수수료 책정을 위한 적격비용 산출 결과가 나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카드사 노조가 제시한 대안은 반(反)시장주의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카드 수수료율은 카드사가 자율로 결정하는 것이 마땅한데, 영세 사업자를 돕기 위해 다른 사업자에게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