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염색체 구조 바꿔 추위를 견딘다

국화는 서릿발 속에서도 꽃를 피워 절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식물로 꼽힌다. 추위에 강한 꽃의 특성을 충신의 절개에 빗대 ‘오상고절’로 불리기도 한다. 국내 연구진이 이처럼 식물이 추위를 견디는 과학적 원리를 처음으로 알아냈다.

윤대진 건국대 교수(사진) 연구진은 추위에 노출된 식물이 염색체 구조를 바꿔 추위를 견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30일 발표했다. 급속한 기후변화로 세계 경작지 면적이 줄고 식량 생산량이 부족해지면서 과학자들은 외부 스트레스를 잘 견디는 식물의 유전자 확보와 재해 저항성 작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 식물의 식량생산력을 100%라고 볼 때 실제 생산에 기여하는 식물은 21% 에 머문다. 나머지는 대부분 가뭄과 추위, 염해 등 환경 스트레스를 받아 죽기 때문이다.연구진은 식물이 추위를 인지하고 이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발견하고 호스15(HOS15)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평소 DNA를 감싸고 있는 식물의 염색질은 뭉쳐 있는데 이는 추위에 저항성을 보이는 콜 유전자 발현(유전자가 생물을 구성하는 단백질을 형성하는 과정)을 억제한다. 하지만 호스15단백질이 일단 추위를 인지하면 DNA를 감싸고 있는 염색질이 풀리면서 콜 유전자가 바깥으로 노출되면서 발현이 증가하며 추위에 잘 견디게 한다. 윤 교수는 “염색질 구조 변화가 환경 스트레스에 대한 식물의 저항력을 향상시킨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혔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를 이용하면 작물 재배 북방한계선을 지금보다 더 위쪽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콩이나 옥수수와 같은 주요 열대성 작물처럼 생육온도에 따라 재배 지역이 한정된 작물의 재배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에는 건국대 박정훈 연구원과 임채진 연구원이 논문의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지난 21일자에 소개됐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