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아파트' 펀딩액 16배 몰려…펑펑 쓰는 펫머니

와디즈 홈페이지 캡쳐
"네버랜드 타운 1층 20세대와 2층 100세대를 한정 분양합니다"
"특별공급과 일반공급 전부 5월13일 선착순 분양으로, 조기에 마감될 수 있습니다"

'로또 청약'으로 불리는 아파트 분양 광고문구가 아니다. 반려동물 습성을 고려한 반려동물 전용 아파트 분양 광고다. 이 반려동물 전용 아파트 분양은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을 받기 위한 프로젝트였고, 불과 한 달여 만에 애초 펀딩 목표액(5000만원)의 16배(1636%)가 넘는 금액이 몰렸다. 아파트 모형의 이 제품은 이번 주부터 펀딩 참여자들에게 배송되기 시작했다.

크라우드펀딩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가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여러 사람으로부터 사업 자금을 모으는 펀딩 방법이다. 금융상품이 아니라서 대체투자 방식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규모 펫(PET) 사업을 벌이는 대기업의 뭉칫돈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의 쌈짓돈까지 반려동물 시장에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31일 세계적인 시장 조사 기업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Euromonitor International)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펫케어 시장 규모는 14억600만 달러에 달했다. 올해는 15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전세계 펫케어 시장 규모는 1166억 달러였고, 올해는 이 수준보다 6.8% 증가한 1240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펫케어 시장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펫푸드 분야의 경우 올해 90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렇게 반려동물 시장이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자 유통가(街)는 물론 금융 및 부동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이르기까지 반려동물을 앞세워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분양 공고를 낸 경기도 수원의 한 오피스텔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경우가 많은 1∼2인 가구를 위해 옥상공간 놀이터가 조성된다'고 차별성을 강조했고, 김포시 구래지구 일대의 단지형 오피스텔도 최초로 '펫 하우스' 타입을 내놓고 반려동물 전용 인테리어 등을 공개했다.

펫케어를 내세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는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픈을 앞둔 국내 최초 동물병원 중심의 '반려동물 전용 소셜커머스'의 경우 의료 상품 판매를 중심으로 용품, 카페, 미용, 호텔, 펜션, 장례까지 일괄 검색해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투자펀딩을 끝낸 펫사업으로는 '장례도우미 서비스' '펫복합몰' '펫 드라이룸' '펫 배식기' '펫 스프레이 탈취제' '펫 캠핑' '펫 전용식탁' '펫 카시트' '펫 납골함'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지난달에는 반려동물 분야에 블록체인(전자장부) 플렛폼을 적용한 서비스 출시와 함께 펫 관련 코인(가상화폐)까지 잇따라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 대기업들의 반려동물 시장 진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에선 신세계, 롯데, CJ 등이 식품과 용품 브랜드와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세계 최대 집청소 전문회사인 메리메이드의 독점 가맹사인 메리메이드 코리아는 최초로 반려동물 전용 집청소 서비스를 론칭했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 가정을 위한 맞춤 청소 서비스다.

메리메이드 관계자는 "이 서비스는 반려동물 1000만 가정 시대를 맞아 그간 전문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던 집안의 오염을 제거해 청결 상태를 극대화 시켜주는 신개념 전문 크리닝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의 털 및 분비물, 배설물로 인한 오염과 냄새 등을 전문적으로 제거해 준다는 것이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 역시 반려동물을 위한 가구와 소품 컬렉션 '루흐비그(lurvig)'를 출시했다. 침대, 소파, 스크래처, 식기, 방석 등으로 구성된 이 컬렉션은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등 총 4개국에서 이미 판매 중이다. 청담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는 반려동물 전문 편집숍이 자리잡고 있으며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JAJU)도 이달 초 반려동물 브랜드 '자주 펫'을 선보였다.
세계 주요 개·고양이 반려가구(2017년 기준, 2018년 예측)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