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香' 낙엽 태우기도 수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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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9
이광훈의 家톡 (6)
전원의 낭만,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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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실린 ‘낙엽을 태우면서’를 밑줄 그어 가면서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는 몰랐다. 이 글이 묘사하고 있는 단독주택 생활의 번거로움을. 가을, 겨울이 지나 늦봄에야 종종 마당의 낙엽을 태우면서 이 글이 새록새록 생각나지만 낙엽을 태우는 일은 그렇게 낭만적이지도 간단치도 않다. 일단 연기가 나지 않도록 불쏘시개를 잘 피워야 하는데 이슬에 젖은 낙엽은 사정없이 연기를 피운다. 낙엽을 태우는 연기는 꼬리가 길어서 어디서 피우는지 감출 수가 없다.
유난히 연기가 많이 나는 낙엽을 태우다 보면 119에 화재신고가 들어가서 소방차가 출동하는 소동도 벌어진다. 갓 볶은 커피 향기를 즐기려다 과태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 기어코 낙엽을 낭만적으로 태우려면 무조건 긁어모으지 말고 펼쳐 놓고 충분히 바싹 말렸다가 조금씩 태워야 연기가 나지 않고 갓 볶은 커피 향을 즐길 수 있다.낙엽을 태우는 일처럼 전원의 낭만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없다. 전원주택을 얘기할 때 연상되는 ‘꿈’과 ‘낭만’은 전원에 사는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수고로움을 거쳐 누릴 수 있는 게 대부분이다. 차라리 그 단어를 땅에 묻어 버릴 수 있을 때 전원주택을 장만하는 게 낫다. 그렇지 않으면 보다 현실적인 이유를 찾을 때까지는 낙엽을 태우는 꿈은 버리는 게 좋다.
이광훈 < 드림사이트코리아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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