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입특위의 못 미더운 '행보'

구은서 지식사회부 기자 koo@hankyung.com
“대단히 전문적인 문제여서 시민참여단이 짧은 시간 안에 판단하기 어렵다. 교육부에서 다시 신중하게 논의해 달라.”(김진경 대입제도 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

국가교육회의 산하 대입제도 개편특별위원회는 31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작업과 관련해 공론화 범위를 확정했다. 김 위원장은 예정된 시간을 넘겨가며 의욕적으로 브리핑했다. 하지만 브리핑이 끝난 뒤에도 정부서울청사 복도는 추가 설명을 요구하는 기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궁금증과 답답함이 해소되기보다 오히려 커졌기 때문이다. ‘일부 내용을 다시 교육부가 논의해야 한다면 국가교육회의 역할은 무엇인지’ ‘1년을 돌고 돌아 다시 교육부냐’ 하는 우려가 쏟아졌다.교육부가 낸 시안 중에서 특위가 공론 범위에서 제외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김 위원장이 ‘대단히 전문적이고 복잡한 문제’라고 평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시 원점수 제공 방안이다. 문제는 이 내용이 교육부가 1년 유예라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추가한 보완책이라는 점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골자로 하는 개편안을 들고나왔다가 ‘동점자가 쏟아져 나올 텐데 보완책이 없다’는 거센 반발에 올해 8월까지로 개편을 미뤘다. 국가교육회의로 넘긴 시안에는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시 100% 수능 전형에 한해 제한적으로 원점수를 제공해 변별력을 높이는 방안’을 추가했다.

또 특위는 수시·정시 선발 시기 통합을 백지화했다. 수시·정시 통합은 수시 합격자가 정시에 지원하지 못하는 ‘수시납치’ ‘깜깜이응시’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제안됐다. 특위는 수시·정시를 통합하면 오히려 여러 전형이 생겨 학생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방대나 전문대의 학생 모집이 힘들어지는 문제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구조조정까지 추진하는 걸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 위원장은 혼선이 반복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민주적 절차를 통해 행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현장의 수군거림은 점차 커지고 있다.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대입제도 개편을 미루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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