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 성장 밀어붙이는 문 대통령… 장하성 힘 실어주고 '김동연 패싱' 논란
입력
수정
지면A3
2018 국가재정전략회의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소득주도 성장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주요 정책이 최근 저소득층의 분배와 고용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데 대해 정책 실패가 아니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J노믹스 실패에 대한 일각의 비판이 정책 효과 홍보가 부족해서라는 인식을 내비쳤다.
"저소득층 소득 감소
최저임금 인상 탓은 성급
정부가 정책 설명 잘 못해
혁신성장 지지부진
경제부총리가 분발하라"
문 대통령 “소득주도 성장 홍보 강화해야”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1분기 1분위 가구소득이 많이 감소한 것은 아픈 대목”이라면서도 이를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했다. 문 대통령은 “통계를 보면 고용시장 내 고용된 근로자 임금은 다 늘었다”며 “특히 저임금 근로자 쪽의 임금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또 “상용직도 많이 늘어나고 있고 근로자 가구소득도 많이 증가했다”며 이를 ‘소득주도 성장의 긍정적 성과’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고령자인 비근로자의 소득 감소와 영세 자영업자의 문제는 소득주도 성장과 “별개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를 충분히 자신있게 설명해야 한다”며 정책 효과 홍보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점검 필요” 이틀 만에 입장 선회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경제정책 분야에서 사실상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의 손을 들어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제대로 가는지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J노믹스의 핵심 기조를 재점검하라고 주문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었다. 소득주도 성장의 방향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튿날에는 경제 관계 부처 장관과 청와대 경제라인을 소집해 가계동향점검회의를 긴급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미치는 부작용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고 나머지 청와대 참모진과 여당·시민단체 출신 장관들은 반대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회의가 있고 이틀 만에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이 90% 효과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김 부총리에게 “혁신성장은 경제부총리 중심으로 경제팀에서 더욱 분발해 달라”고 한 것도 소득주도 성장은 장 실장이, 혁신성장은 김 부총리로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 컨트롤타워(사령탑)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부총리의 역할을 오히려 축소했다는 의견도 나온다.민주당도 소득주도 성장 옹호
청와대가 이날 회의에서 첫 번째 세션의 발제를 맡은 김 부총리 발표 내용을 따로 브리핑하지 않은 것도 ‘김동연 패싱’ 논란을 낳았다.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을 언급했냐는 질문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억에 없다”며 “발표 내용은 기획재정부에 물어보라”고 했다. 논란이 되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부총리의 판정패나 패싱으로 해석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김 부총리의) 발제는 예산과 정책에 관련한 것이라 비공개했다”고 해명했다.
회의에서는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소득주도 성장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잠재성장률을 높여나가는 것”이라며 “가계소득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저임금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으나 최저임금이 소득분배 개선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건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고 말했다.경기 판단에 대해 청와대와 반대 목소리를 내온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조차 이날은 말을 아꼈다. 김 부의장은 “사람에 대한 투자가 일자리 창출, 혁신성장, 소득분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원론적인 얘기만 내놨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