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거듭된 탈북종업원 송환요구…남북관계 '잠복 변수' 되나

北, 유엔에도 조치 촉구…정작 고위급회담에선 본격 제기 안해
이산상봉·억류자 석방에 미칠 영향, 당장은 제한적일 듯

북한이 2016년 중국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북한 종업원들의 송환을 거듭 요구하고 있어 주목된다.북한은 최근 국내 한 방송에서 이들의 기획 탈북 의혹을 제기한 이후 이 문제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기하고 있는데, 이번엔 유엔을 향해 조치를 촉구했다.

스위스 제네바주재 북한 대표부는 지난달 30일 공보문을 내고 탈북종업원 송환과 이를 위한 유엔 인권기구의 조치를 촉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북한 대표부는 공보문에서 "남조선 당국은 박근혜 정권이 감행한 전대미문의 반(反)인륜적 만행을 인정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엄하게 처벌해야 하며 우리 공민들을 지체 없이 돌려보내는 것으로써 북남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공보문은 또 제네바주재 북한 상임대표가 유엔인권최고대표에게 이번에 다시 이들의 송환과 관련한 편지를 보냈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조선중앙방송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이 2일 전했다.

북한은 지난달 19일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의 기자와의 문답, 29일에는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탈북종업원 송환을 요구한 바 있다.
일각에선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가까워지고 있는 남북관계를 흔들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특히 북한이 과거 탈북종업원 송환을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이 문제가 변수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 논의를 위해 22일 금강산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적십자회담에서 북측이 탈북종업원 송환문제를 꺼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6명의 석방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일 고위급회담을 마친 뒤 가진 브리핑에서 한국인 억류자 석방문제와 관련, "북측에선 억류자 문제와 관련해서 관련 기관에서 검토를 하고 있다는 설명을 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남쪽에서 억류자 문제를 제기해도 전혀 반응하지 않아 왔던 북한이 검토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석방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는 상황이다.

조 장관은 억류자 석방과 탈북종업원 송환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지만, 북한의 입장은 다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남북관계 흐름으로 볼 때 북한이 탈북종업원 송환문제를 남북관계에서 쟁점화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많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3일 "북한도 탈북종업원 송환문제의 민감성에 대해선 잘 알고 있어 이를 쟁점화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1일 고위급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정색하고 제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명균 장관은 회담 뒤 브리핑에서 '북한이 탈북종업원 문제를 거론했느냐'는 질문에 "북측이 여종업원 문제를 오늘 얘기하지 않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조 장관이 '북측이 아예 언급을 안 한 것이냐'는 계속된 질문에 딱 부러진 대답을 하지 못한 점으로 미뤄 북한이 '지나가듯' 언급했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북측이 언론에 공개된 상황에서는 이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회담에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다양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한도 이 문제가 남북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변수로 부각되기는 원치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오는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비롯해 향후 한반도 정세를 둘러싸고 치열한 '밀당'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이 문제는 언제든 북한이 남북관계를 흔들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따라서 북한이 탈북종업원 문제를 거듭 제기하는 것은 향후 이를 활용할 상황에 대비해 명분을 쌓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