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혁신, 기업문화 개선이 먼저다

디지털 경쟁력 위한 기술 도입 앞서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개선하고
변화 주도할 혁신 리더십 세워야

최윤석 < 가트너코리아 전무 >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비즈니스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신기술의 등장과 복잡한 산업구조는 이런 변화를 예측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에 따라 기업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디지털 혁신을 도모하고 체질 개선을 이뤄 내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 혁신을 이루는 방법에 대해 확실한 로드맵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리더는 드물다. 전통적인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많은 기업들이 제품 및 서비스 경쟁력을 잃었다. 디지털 비즈니스 시대는 그에 걸맞은 혁신 방식이 필요하다.일례로 벨기에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포티스는 2016년 디지털 비즈니스 실현을 위한 기업 혁신을 선언했다. 이 은행은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비즈니스 운영과 기술 차원의 변화를 구상했고, 이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리더십 구축과 조직 내 변화가 선행돼야 함을 인식했다. 이에 따라 변화를 주도할 리더를 선임했고, 이어 정보기술(IT) 수요 관리와 사업부별 우선순위에 따라 수평적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직구조를 개편했다. 이 은행은 이후 디지털 비즈니스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디지털 금융 상품을 개발했다. 이듬해 금융전문지 ‘더 뱅커’가 선정한 ‘벨기에 올해의 은행’에 뽑혔다.

이처럼 기업이 디지털 비즈니스 환경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직구조와 기업 문화 개선이 불가피하다. 조직이 변화에 대응해 신속하고 획기적으로 변모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환경에서 경쟁할 수 없다. 이런 민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혁신을 주도할 리더가 필요하다. 혁신을 주도할 리더는 실제로 조직 혁신에 동참한 경험이 있으며 장기적이고 급진적인 변화를 이겨낼 수 있는 탄력적인 사고 방식과 자신감을 지닌 인물이어야 한다. 또 기업이 가진 차별점을 발굴하고 이를 강점으로 개발함으로써 디지털 시대의 고객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선정된 리더는 조직의 변화를 설계하고 이끌며 이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조직의 변화에 반대하는 이들에 맞서 혁신을 끝까지 추진할 수 있는 열정과 인내심도 필요하다. 혁신을 이끄는 작업은 쉽지 않다. 하지만 변화는 경험을 통해 이뤄진다. 조직은 디지털 비즈니스 혁신이라는 목표를 향해 신속히 나아가야 하며 이를 통해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이처럼 디지털 비즈니스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변화는 조직 내부에서 시작된다. 기업은 민첩한 의사결정 방식을 조직 내부에 적용해 부서 간에 심도 있는 협력을 이끌어 내고, 이를 통해 조직을 혁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직적인 조직구조를 수평적인 조직구조로 개선해야 한다. 수평적인 조직구조는 유연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며 아이디어를 신속히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내부에서 시작하는 혁신은 조직 공동의 목표를 향해 보다 신속히 나아갈 수 있는 초석이 된다. 혁신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기업들은 성장과 이윤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비즈니스 생산성을 점진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디지털 혁신을 위한 여정에서 신기술 도입은 어찌 보면 부차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특히 전통적인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한 대기업일수록 수평적인 조직구조를 구성하고 내부에서부터 혁신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