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버디만 27개… 조정민, 23언더파 '최소타 신기록' 쓰다

KLPGA투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6타 차 우승컵

'두홀 중 한 홀꼴' 버디 잡아
672일 만에 통산 3승째 신고

"외국인 선수들에게 힌트 얻어
소심함 버리고 '직진 골프' 전환
버디 몰아칠 수 있는 능력 증명"
조정민이 3일 제주 서귀포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투어 롯데칸타타 여자오픈 마지막 날 23언더파 54홀 최소타 기록으로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KLPGA 제공
조정민(24·문영)이 사흘 동안 54홀을 돌며 낚은 버디 수만 27개. 두 홀 중 한 홀은 버디를 기록했다는 뜻이다. 조정민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최소타 신기록을 앞세워 개인 통산 3승째를 신고했다.

조정민은 3일 제주 서귀포 롯데 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파72·6319야드)에서 열린 2018 KLPGA투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23언더파 193타를 적어낸 그는 2위 최민경(25·휴온스)을 무려 6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안았다.조정민은 이번주 KLPGA투어 54홀 대회 역대 최소타 신기록을 수립했다. 기존 54홀 최소타는 2016년 배선우가 E1 채리티오픈에서 기록한 20언더파 196타였다. 또 조정민은 우승상금 1억2000만원과 함께 2라운드에서 기록한 62타 코스레코드 신기록(기존 기록 유소연 2011년 64타)으로 200만원을 함께 챙겼다.

조정민의 가장 최근 우승은 2016년 7월 카이도 MBC플러스 여자오픈이다. 그는 672일 만에 우승을 추가하며 KLPGA투어 통산 3승째를 신고했다.

◆외국인 선수에게 영감 얻은 조정민조정민은 2016년 첫 승을 신고한 뒤 인터뷰에서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와의 인연을 소개하며 관심을 모았다. 9세 때 가족을 따라 뉴질랜드로 건너간 조정민은 아마추어 시절 리디아 고의 라이벌로 꼽혔다.

그는 첫 승 당시 5타 차를 뒤집고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4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해 잠재력을 폭발하며 KLPGA투어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다. 상위권 성적을 내고도 우승 문턱에서 돌아서거나 아예 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등 기복이 심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조정민은 특히 퍼팅에서 불안했다. 10위권 이내를 유지하는 퍼트 실력이 따라주지 못했다. 힌트는 뜻밖에 올 시즌 초청 선수 자격으로 KLPGA투어 10개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제네비브 링 아이린(말레이시아)과 치에퐁(대만)에게서 얻었다.조정민은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보고 깨달은 ‘직진력’ 연습을 2라운드 끝나고 계속 했다”며 “16번홀에서 남은 짧은 퍼트가 한라산 브레이크(한라산 주변에 있는 골프장 그린에서 볼 수 있는 착시 현상)로 헷갈렸지만 연습 덕에 잘 들어갔다”고 기뻐했다. 또 “이번뿐만 아니라 앞서 호주 LPGA 대회에도 참가해 좋은 자극을 받았다”면서 “(이번 우승으로 얻은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등 외국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는 게 엄청난 복이고 행운인 것 같다”며 웃었다.

◆바람 없어지니 ‘무주공산’된 제주

이번 대회는 지난 4월 열린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이 열린 곳과 같은 코스가 맞나 싶을 정도로 바람이 불지 않았다.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은 강풍으로 이틀 연속 2라운드가 취소됐고 결국 72홀에서 36홀 대회로 축소 운영됐다. KLPGA 경기위원회는 이를 고려해 이번주 핀 위치를 비교적 쉬운 곳으로 조정했다.사흘 내내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자 롯데스카이힐 제주 골프장은 선수들의 먹잇감이 됐다. 첫날 김나리(33·메디힐)가 7개 홀 연속 ‘버디쇼’를 펼쳤다. 대회 이틀째에는 조정민이 10언더파를 몰아치며 코스 레코드를 경신했다. 커트 통과 기준은 무려 3언더파 141타로 높아졌다.

최종 라운드도 좋은 날씨가 이어지자 언더파 점수가 쏟아졌다. 김지영(22·SK네트웍스)은 이날 2라운드 조정민이 세운 10언더파 코스레코드와 타이 기록을 세웠고 장수연(24·롯데)은 이글 1개를 포함해 7언더파를 몰아쳤다.

조정민은 이날 7번홀(파4)에서 보기로 불안하게 출발했다. 8번홀(파3)에서 티샷을 홀 옆에 붙이며 버디로 만회했다. 전반에만 버디 3개를 낚아챈 최민경에게 한때 동타를 허락했으나 11번홀(파4) 버디로 달아났다. 13번홀(파4)부터 쐐기를 박는 4연속 버디로 최민경을 따돌렸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서귀포=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