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F, 지주사 전환 1호 사업은 '식품 새벽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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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네이처 경영권 인수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가 지주사 전환 결정 1년 만에 새로운 사업 계획을 내놨다.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식품을 이른 아침 주문자의 문 앞에 가져다주는 새벽배송이다. 이를 위해 SK플래닛 자회사인 헬로네이처 경영권을 인수한다. 편의점에 치우친 사업 구조를 확장하기 위한 전략으로 프리미엄 식품의 새벽배송에 나서기로 했다.
편의점만으론 성장 한계
사업회사와 지주사 분리해
1년 동안 신규 먹거리 탐색
프리미엄 식품 시장에 꽂혀
CU 편의점 네트워크 활용
헬로네이처와 시너지 기대
프리미엄 슈퍼마켓도 검토
◆BGF, 헬로네이처 경영권 인수BGF와 SK플래닛은 4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T타워에서 ‘전략적 공동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BGF가 헬로네이처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이 회사 지분 50.1%를 취득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지분 취득액은 300억원이다. 헬로네이처 기업 가치를 600억원으로 평가했다. SK플래닛 지분은 기존 100%에서 49.9%로 줄어든다.
BGF 지분이 50%보다 0.1% 더 많은 것은 ‘경영권’이 포함돼 있어서다. SK플래닛이 BGF에 경영권을 매각한 셈이다. BGF는 헬로네이처 창업자인 박병열 대표를 대신할 새 경영진을 선임할 예정이다. 헬로네이처 5명의 이사회 멤버 중 절반이 넘는 3명과 감사도 BGF가 선임하게 된다.이건준 BGF 대표는 “BGF와 SK플래닛이 보유한 역량을 투입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헬로네이처가 프리미엄 신선식품 시장에서 곧 선두 기업으로 올라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지주사 전환 후 신규사업 검토
BGF는 지난 1년간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했다. 편의점 사업에서 그룹의 매출 대부분이 나오는 구조를 다각화하는 게 급선무였다.
덩치가 작을 땐 단순한 사업 구조 덕을 봤다. 조직을 통제하기 쉬웠고, 경영 현안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BGF는 그동안 국내 편의점산업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릴 여력도 없었다.
하지만 연 매출 5조원을 넘긴 2016년 이후엔 상황이 달라졌다. 편의점만으로 기업을 더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편의점산업이 작년부터 정체에 접어들면서 신규 사업 진출에 대한 필요성은 더 커졌다. 작년 6월 BGF리테일 지주사(BGF)와 사업회사(BGF리테일)로 쪼갠 것도 이 때문이다. 지주사 책임 아래 신규 사업을 찾겠다는 의도였다.신규 사업에 대한 조건은 딱 두 개였다. 편의점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성장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BGF는 온라인 프리미엄 식품 시장에 주목했다. 국내 온라인 식품 시장은 지난 5년간 연평균 약 39% 급성장했다. 특히 2015년 창업한 마켓컬리는 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작년 매출 530억원을 거뒀고 올해는 1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회사 측이 예상할 정도다. 특히 새벽에 배송해 주는 서비스가 각광을 받았다. 이마트 롯데슈퍼 GS리테일 등 다른 대기업들이 올해 속속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헬로네이처는 이 시장에서 마켓컬리 배민찬 등과 함께 ‘3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꼽힌다. 2015년 2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100억원을 넘어섰다.
◆프리미엄 슈퍼 출점도 검토
BGF는 CU의 편의점 네트워크와 헬로네이처에 역량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채소, 과일, 고기 등 고급 식재료 위주에서 가공식품과 가정간편식(HMR), 공산품 등으로 헬로네이처 품목을 확장할 계획이다. 또 신세계 SSG마켓, 롯데 프리미엄 마켓 등과 비슷한 콘셉트의 오프라인 프리미엄 슈퍼를 내는 것도 검토 중이다. 온라인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얘기다. 헬로네이처는 약 1000개의 신선식품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다.시장 평가도 긍정적이다. 남옥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프리미엄 온라인 식품사업의 경쟁력은 양질의 상품을 적시에 배송하는 데 있는데, 헬로네이처가 CU의 유통력과 SK플래닛의 정보기술(IT)을 활용한다면 단기간에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