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GS? 요즘 유럽 문제아는 PHIGS

6년 전엔 국가부채·금융부실
이젠 反EU·난민 정책이 '뇌관'
2012년 유럽 재정위기 때 이른바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가 문제였다면 이번엔 ‘PHIGS’(폴란드 헝가리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가 유럽연합(EU) 위기의 진앙이 될 수 있다고 CNN이 4일 지적했다.

과거 남유럽발 재정위기는 그리스, 스페인 등의 막대한 부채와 만성 재정적자, 금융회사 부실이 원인이었다. 반면 이번에는 EU와 개별 국가의 정치적 대립이 위기의 뇌관 역할을 하고 있다.CNN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이탈리아를 지목했다. 서민 복지를 앞세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당 ‘오성운동’과 EU의 난민정책에 반기를 든 극우정당 ‘동맹’은 연정을 통해 서유럽 최초의 반(反)EU·포퓰리즘 정권을 탄생시켰다. 이들은 기본소득 도입, 감세, 연금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이탈리아 재정 불안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스페인은 오성운동과 비슷한 성향의 ‘포데모스’와 ‘시민당’ 등이 급부상하고 있다. 경제 상황은 6년 전 재정위기 때보단 나아졌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높다고 CNN은 지적했다.

그리스는 오는 8월20일 유럽중앙은행(ECB)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끝난다. 그러나 부채가 2800억달러(약 300조원)나 남아 있는 게 변수다.폴란드와 헝가리는 재정의 상당 부분을 EU에 의지하고 있다. 하지만 난민정책과 인권·민주주의 논란으로 EU와 정면출동하고 있다.

유럽 주요 국가에서 악재가 불거지면 PHIGS는 연쇄적으로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CNN은 예상했다. 유럽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진행 중이고, 독일에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우익 포퓰리즘 정당의 압박을 받고 있다. EU는 미국과도 통상갈등을 빚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