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김환기 '론도'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한국적 서정을 세련된 모더니즘으로 승화한 수화 김환기 화백(1913~1974)은 1933~1936년 일본 니혼대 미술학부에서 당시 전위미술로 유행하던 기하학적인 추상미술을 익혔다. 젊은 시절 추상 세계에 빠진 그는 6·25전쟁과 파리시대(1956~1959년)를 거치면서 달항아리를 비롯해 매화, 보름달, 사슴 등 한국적 소재에 집중하며 민족성이 담긴 작품을 쏟아냈다.

하지만 1963년 뉴욕으로 건너간 뒤에는 완전 추상화인 전면 점화(點畵) 형태로 전환하며 한국 현대 회화의 독창성을 구축했다. 지난달 27일 서울옥션의 홍콩경매에서는 1972년작 붉은색 점화가 85억원대에 낙찰돼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동양적인 관조와 아취를 근간으로 1938년 제작한 ‘론도(Rondo)’는 점화의 탄생을 알리는 보석 같은 작품이다. 니혼대 졸업 후 고향 신안군 안좌도에 돌아와 제작했다. 론도는 주제가 같은 상태로 여러 번 되풀이되는 형식의 음악이다. 그랜드 피아노나 첼로와 같은 악기를 연상시키는 론도의 선율과 리듬을 추상적인 회화언어로 되살려냈다. 2012년에는 한국 근대 화단의 추상화 효시작으로 평가받아 문화재(제535호)로 등록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덕수궁관 개관 20주년을 맞아 마련한 기획전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10월14일까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