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글쓰기, 클라이맥스 찾는 과정은 모두 똑같죠"

'글쓰는 피아니스트' 제레미 덴크, 7일 금호아트홀 공연
“천재라고요? 사람들이 놀리는 말이에요. 일 더 많이 하라고 하는 저주죠.”

‘천재 피아니스트’란 별명의 제레미 덴크(사진)는 서울 광화문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 마스터즈 시리즈’ 공연을 하루 앞둔 6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화학과 피아노를 복수 전공한 그는 2013년 이른바 ‘천재들의 상’이라 불리는 ‘맥아더 지니어스 펠로십’을 수상했다. 그가 예술과 음악에 대한 생각을 올리는 블로그인 싱크덴크(싱크탱크와 그의 이름 덴크를 결합한 이름)는 미국 의회 도서관 웹 아카이브에 선정돼 보존될 정도다. 피아니스트로선 2013년 발매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앨범으로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를 특별한 음악가로 만든 것은 ‘글쓰기’다. 칼럼니스트로서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의 가디언 등에 음악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덴크는 “피아노를 연습하고 글을 쓰는 과정 모두 클라이맥스(절정)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어 “특정 악절을 반복해 연습할 때 어느 순간 이렇게 연주해야겠다는 영감이 온다”며 “음악에 대한 글쓰기 역시 초안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이 곡의 가치가 어떻게 연주하면 더 커질지에 대해 정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의 연주력은 에이버리 피셔상 수상, 카네기홀 연주, 영국 BBC프롬스 무대 초청은 물론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정평이 나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조슈아 벨, 스티븐 이설리스와 함께하는 트리오 투어도 선보일 예정이다.그는 자신이 연주한 곡을 해설하는 동영상을 직접 찍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덴크는 “곡을 연주하는 사람은 나인데 다른 사람이 전혀 다른 해석을 붙이는 걸 원치 않았다”며 “곡의 전개 방식이나 음악적 구조를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 음악을 연주한 나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창작에 대한 도전도 멈추지 않는다. 그가 각본을 집필한 코믹 오페라 ‘더 클래시컬 스타일’은 미국 카네기홀과 아스펜 음악축제에 올랐다. ‘음악의 세 가지 기본 코드를 인물로 표현하면 얼마나 웃길까’라는 평소 농담에서 시작한 오페라다.

그는 이번 공연 2부곡을 당초 베토벤 연가곡 ‘멀리있는 연인에게’에서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21번’으로 바꿨다. 덴크는 “첫 내한 공연인 만큼 한국 청중이 가장 사랑하는 피아노 레퍼토리라고 알려진 곡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1부에선 모차르트 ‘피아노를 위한 론도 제3번’, 프로코피예프 ‘피아노를 위한 20개의 찰나의 환영’,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30번’을 연주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