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부활을 넘어 인간과 공존하기까지

리뷰 -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압도적인 화산 폭발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서 주인공 오웬이 공룡과의 교감을 시도하고 있다.
공룡을 대상으로 한 경매가 대저택에서 은밀하게 열린다. 마리당 호가가 1000만달러, 2000만달러, 2800만달러 등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으로 치솟는다. 유전자 조작으로 진화한 공룡의 상품성이 높아진 까닭이다. 공포스런 공룡을 인간의 뜻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과학의 발전에 따라 과연 공룡도 인간과 공존할 수 있을까.

6일 개봉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은 과학의 부작용을 경계하면서도 공룡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쥬라기 월드’ 3부작 중 2부작에 해당하는 이 영화는 전편보다 한층 높아진 긴장감과 몰입도로 관객의 시선을 빼앗는다. 국내 개봉 첫 날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한 건 이 영화가 처음이다. 1993년부터 시작한 ‘쥬라기 공원’ 3부작과 1995년 ‘쥬라기 월드’까지 총 4편의 전 세계 극장 매출은 36억8829만달러(약 4조원)를 기록했다.‘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테마파크 쥬라기 월드가 폐쇄된 뒤 화산 폭발 조짐이 일어나자, 관리인 오웬(크리스 프랫 분)과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분)가 공룡 멸종을 막기 위해 구출 작전에 나서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공룡을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일부 경영자의 음모에 휘말린 이들은 천신만고 끝에 지상으로 돌아와 ‘쥬라기 공원’을 설립한 존 해먼드의 동업자 벤자민 록우드의 손녀 메이지 록우드(이사벨라 서먼 분)와 함께 사투를 벌인다.

초반부 화산 폭발로 쏟아지는 불덩이를 피해 공룡들이 바다로 뛰어드는 장면은 압권이다. 용암과 공룡들이 뒤엉킨 화산섬은 아비규환이다. 전편에서 공룡 테마파크를 쑥대밭으로 만든 포악한 인도미누스 렉스의 유전자에 높은 지능을 지닌 공룡 벨로시랩터 유전자를 혼합해 탄생시킨 ‘인도미누스 랩터’가 록우드의 대저택을 휘젓고 다닌다. 탐욕에 찌든 인간의 과학이 공룡의 광포성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오웬의 행동에 공감 능력을 보이는 공룡 블루(벨로시랩터)는 공룡과 인간 사이가 반려견처럼 가까워질 수 있음을 넌지시 알려준다.영화는 유전공학으로 대변되는 과학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라고 항변하는 것 같다. 어린 소녀 록우드는 과학의 밝은 미래를 대변해주는 캐릭터다. 나쁜 경영자들의 존재를 알아채고 공룡을 살리기 위해 분투한다. 알고보니 그는 할아버지의 딸을 복제한 인간이다. “공룡들도 나처럼 살아있는 생명이잖아요”란 록우드의 말은 공룡과 인간의 공존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일깨워준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