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AI스피커 큰손 '키즈'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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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AI스피커 미니에카카오는 지난달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영상 창작자) 도티, 잠뜰, 헤이지니, 허팝과 잇따라 음성제공 계약을 맺었다. 아이들에게 웬만한 연예인보다 인기가 높은 이들의 목소리를 인공지능(AI) 스피커 ‘카카오미니’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인기 유튜버 목소리 제공
"우리 치카치카 할까?" 등
친근한 음성으로 교육 효과
KT, 대교와 AI 동화 서비스
연말까지 600여종으로 확대
LGU+, 네이버와 손잡고
'미니언즈' 닮은 스피커 개발
카카오미니를 쓰는 집에서 부모가 “우리 OO가 치카치카를 안 한대”라고 말하면 스피커 속에서 도티가 “OO야, 치카치카를 안 하면 이가 아파 과자도 못 먹어. 얼른 치카치카하러 갈까”라며 아이들을 어르고 달랜다. 김병학 카카오 AI부문 총괄부사장은 “자녀 교육과 올바른 생활습관 형성에 카카오미니를 활용할 수 있다”며 “AI 기술과 키즈(어린이) 콘텐츠의 결합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동요·동화가 킬러 콘텐츠로
AI 스피커를 내놓은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동심(童心)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AI 스피커를 활용한 서비스 가운데 어린이용 콘텐츠가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초기 단계인 AI 스피커 시장을 키우려면 소비자가 활용가치를 느끼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유아동층을 우선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채희 KT AI사업단장은 “가정에서 이 제품이 아이들의 친구 또는 선생님 역할을 할 때 가장 만족스럽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네이버는 다음달부터 ‘클로바’ 스피커에서 터닝메카드 주제가를 비롯한 인기 동요 3000여 곡을 무료로 들을 수 있도록 개방하기로 했다. 전래동화, 위인전, 뮤지컬, 자장가 등을 중심으로 1400종을 갖춘 음성 동화도 5000여 종까지 늘릴 예정이다. 오랫동안 어린이용 포털 ‘쥬니어 네이버’를 운영하며 쌓은 콘텐츠를 AI 스피커와 적극 연계한다는 구상이다.카카오는 ‘잠자고 싶은 토끼’ 등 50여 종의 인터랙티브(양방향) 동화를 선보였다. 주인공 이름을 자녀 이름으로 바꿔 읽어줘 듣는 재미를 높였다. KT도 AI 스피커 ‘기가지니’로 서비스하는 어린이용 오디오북을 현재 100여 종에서 연말까지 600여 종으로 확대한다. 대교와 공동 개발한 국내 첫 AI 동화 서비스 ‘소리동화’는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기가지니가 이에 걸맞은 효과음을 더해준다.◆때론 친구처럼, 때론 선생님처럼
어린이 전용 AI 스피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네이버와 손잡고 미니언즈 캐릭터를 입힌 ‘프렌즈플러스 미니언즈’를 내놨다. 이 회사의 스마트홈 서비스 ‘U+우리집AI’와 연동해 영어동화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름이 뭐야?” “바나나 좋아해” 같은 일상적 대화도 주고받을 수 있다. 미국 아마존은 어린이에 특화한 ‘에코 닷 키즈 에디션’을 지난달 해외시장에 출시했다. 음악과 동화책 재생은 물론 질문에 답해주고, 심심할 때는 게임을 제안하며 친구 역할을 해준다.ICT업계는 AI 스피커 외에도 전방위적으로 키즈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통신 3사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까지 키즈폰을 판매하고 있고 페이스북, 유튜브, 넷플릭스, 멜론 등이 최근 어린이 전용 서비스를 줄줄이 내놨다. 업체들은 ‘미래 고객’ 선점 차원에서 공을 들이고 있지만 반대로 이런 상품이 아이들 성장에 악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미국 상·하원과 아동인권단체들은 아마존의 키즈 스피커와 관련해 “어린이에게서 수집한 정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