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단독제품 승부수… 이번엔 '반값' 착즙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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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좋은 상품 찾아라"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사진)는 지난해부터 상품기획자(MD)들에게 틈날 때마다 강조한 게 있다. “세계를 무대로 발로 뛰자. 국내외 공장을 샅샅이 뒤져 품질 좋고 값싼 상품을 발굴하자”고 말했다. 제조사가 먼저 찾아와 ‘롯데마트에서 좀 팔아 달라’고 제안하고, MD가 이를 선별하는 과거의 방식으로는 경쟁에서 앞서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업체 발굴해 협업
750㎖ 한 병에 3000원
초콜릿 이어 생과일주스
해외 조달비중 연내 20%로
김 대표의 방침에 따라 MD가 해외에서 발굴한 상품은 ‘대박’이 났다. 작년 7월 선보인 롯데마트 자체브랜드(PB) ‘온리프라이스 벨기에 초콜릿’은 9개월치 물량 30만 개를 석 달 만에 다 팔았다. 지난 2월 내놓은 ‘온리프라이스 체다 슬라이스 치즈’는 한 달 만에 롯데마트 치즈 상품군 내 점유율 15%를 기록해 1위로 뛰어올랐다.◆발로 뛰었더니… “가격 파괴”
김 대표가 새로운 ‘단독상품’으로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롯데마트가 7일부터 전 점포에서 판매하는 ‘스윗허그 100% 착즙주스’를 통해서다.
스페인에서 생산하는 스윗허그 100% 착즙주스(오렌지·포도)는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다른 브랜드의 착즙주스와 비교해 품질은 비슷한데 가격은 절반 이하다. 750mL 한 병에 3000원. 국내 A사 착즙주스는 7000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착즙주스의 유통기한은 통상 한 달 이내다. 하지만 스윗허그 100% 착즙주스의 유통기한은 9개월에 달한다. 롯데마트가 이런 상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발로 뛴’ MD의 노력 덕분이다.
롯데마트에선 그동안 주스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고민이었다. 현재 국내서 주로 팔리는 주스 제품은 과일 농축액에 물을 타 희석한 뒤 설탕 등 첨가물을 섞은 ‘농축환원주스’가 대부분이다. 당분이 많아 몸에 안 좋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판매가 계속 줄었다. 첨가물 없이 과일만 짜내 주스로 만들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지만, 값이 두세 배 비싼 게 단점이다. 착즙주스가 국내 주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5%에 불과한 이유다.◆유통기한 9개월로 늘려롯데마트는 착즙주스 가격을 농축환원주스 수준으로 낮춰야 판매가 다시 늘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국내에선 해법이 없었다. 오렌지의 경우 수입한 뒤 국내 공장에서 주스로 만들면 6000원(750mL 기준)에 팔아도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발견한 게 스페인 AMC다. 1932년 설립된 이 회사는 작년 매출이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주스 공장과 과일 농장을 함께 갖고 있어 수직계열화가 이뤄져 스페인 현지에서 저렴한 가격에 착즙주스를 생산하고 있다. 독일계 할인점 리들, 영국 슈퍼 체인 웨이트로즈 등 유럽 주요 유통사에 PB 상품으로 공급할 정도로 품질력도 인정받고 있다.
문제는 유통기한이었다. 국내로 들여와 판매하려면 유통기한을 늘리는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국내 업체들이 100도 이상 고온에 한 번 끓이는 방식으로 유통기한을 늘리는데 이 회사는 끓이지 않고 무균 상태로 만드는 ‘무균충전공법’이란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저온 유통체계(콜드체인)로 관리만 잘하면 생산 이후 최대 9개월까지 판매가 가능했다.◆8월엔 딸기·사과주스도 판매
롯데마트는 AMC라는 업체를 발견한 뒤 지난해 11월부터 협상을 시작했다. AMC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주문량이 너무 적다”거나 “가격이 맞지 않는다”고 버텼다. 롯데마트는 재고 부담을 떠안게 되더라도 초도물량 5만 병을 보장해 ‘통 크게’ 제안했다. 잘 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또 차례로 상품군을 늘리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오는 8월께 딸기주스, 사과·케일주스, 파인애플주스 등도 들여오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주스뿐 아니라 디저트, 과일 등도 적극적으로 해외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해외 조달 비중을 현재 매출의 17% 수준에서 올해 말 20%로 높일 계획이다.김 대표는 “해외 박람회에 MD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실력을 높여 국내 소비자에게 고품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며 “건강한 식품을 제공할 수 있다면 직원들을 전 세계 어느 곳이라도 보내 새로운 상품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