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소득분배만 잘하면 가능?… R&D·혁신투자 없으면 경제성장도 없다"

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

"최저임금 인상 논란은 노동 아닌 경제구조 문제
대·중기 격차 등 해결해야

최저임금 영향 아무도 몰라"
KDI 보고서 또다시 비판
‘소득주도 성장’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사진)이 “소득주도 성장은 소득분배만 개선해서 성장하자는 게 아니다”며 “연구개발(R&D)과 혁신이 없으면 경제 성장도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와 관련해선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진짜 아무도 모른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 국장은 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용노동부 출입기자단과 인터뷰를 하고 “경제 성장은 기본적으로 잘해야 하는 것이고 내가 문제 삼는 건 수요 측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소득 수요가 제약받는 건 소득 분배가 어긋났기 때문”이라며 “임금 분배를 좀 더 평등하게 하면 지출성장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이 국장은 ILO 내에서 고용정책, 고용서비스 등의 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론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축 논란에 관해 이 국장은 “최저임금 문제는 사실 노동 문제라고 하기 힘들다”며 “대·중소기업 간 격차 등 경제 구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사정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려고 하다 보니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야 하는 등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을 높이는 효과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가처분소득을 높이려면 다양한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KDI 보고서에 대해선 “나라마다 (시장구조 등이) 다르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를 짐작하기는 어렵다”며 “최저임금의 영향은 진짜 아무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KDI는 지난 4일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최대 8만4000명 감소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이 국장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를 “부정확하고 편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