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출에 쏠리는 P2P… 부실 많고 사기 피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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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P2P 금융국내 개인 간(P2P) 금융 시장이 부동산 관련 대출에 쏠리면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청년 창업자 육성보다는 부동산을 통한 고수익 투기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중금리 신용 대출 활성화’를 통한 대출절벽 해소라는 정부의 P2P산업 육성 방침과 달리 부동산 대출을 통한 연 10%대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기 수단으로 퇴색하고 있는 모양새다. P2P 금융이 ‘생산적 금융’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정부와 시장의 기대와 달리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는 부동산 대출창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 투기수단으로 변질
P2P 대출 66%가 부동산
6.2% 불과한 미국과 대조
부동산 경기 꺾이면서
연체 늘고 허위 담보 속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P2P 시장의 대출잔액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43%)과 부동산 담보(23%) 대출에 66%나 집중됐다. 개인 신용대출 비중은 11.6%에 그쳤다. 2015년부터 불어닥친 국내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틈타 P2P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부동산 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 영국 등 해외 P2P 업체는 개인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경영대학원에 따르면 2016년 북미지역 P2P 대출 시장의 개인 신용대출 비중은 89%에 이른다.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은 6.2%에 불과하다. 유럽 P2P 시장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은 9.4% 수준이다.
한 P2P 업체 대표는 “개인 신용대출은 신청자 수천 명 가운데 우량 차주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신용평가 모델 구축 등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며 “반면 부동산 관련 대출은 건당 대출금이 큰 데다 담보물 평가도 상대적으로 손쉽기 때문에 신규 P2P 금융업체들이 부동산 대출로 몰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P2P 업체들이 부동산 대출 시장에서 벌이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투자자는 부실 위험을, 대출 소비자는 고금리 부담을 떠안게 된다. P2P 업체들은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연 10~15%대의 투자 수익률을 내세웠고 높아진 투자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대출금리도 따라 올라가는 모양새다. 다른 P2P 업체 대표는 “높은 금리를 내고서라도 대출을 받아가려는 부동산업자들은 결국 그만큼 부실 위험이 높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PF 대출의 평균 부실률(대출잔액 가운데 90일 이상 연체된 채권의 비율)은 12.3%에 달해 P2P 대출 평균 부실률(6.4%)의 두 배에 육박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예전같지 않으면서 사기대출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매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자 같은 담보물로 여러 곳에서 대출을 받거나, 담보물을 부풀려 돈을 빌리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태조사 결과 연 20% 수익 달성을 내세워 부동산 PF 상품을 출시한 업체가 건물을 착공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