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中에 제조업 밀리는 순간 한국 경제 나락… 위기감 왜 못 느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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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방 파급효과 감안하면 일자리 40% 제조업서 나와“중국의 ‘제조 2025’가 완성되는 순간 우리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 위기감을 왜 갖지 못하나.”
규제완화·노동유연성 확보…제조업 리모델링 서둘러야
대통령 직속 경제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의 김광두 부의장(사진)은 정부 고위관계자 중 ‘한국 제조업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가장 많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 그런 인식이 제대로 확산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중국의 제조 2025가 해일처럼 밀려오고 있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대비하고 있는 게 안 보이는 것은 나의 무지 때문인가”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부의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주요 경쟁 산업 분야에서 한국의 우위는 이미 옛말이 됐다”며 “중국은 정부와 기업이 일체화돼 발빠르게 움직이는데 우리는 기존 규제나 재벌 정책, 노조 문제 등이 얽히면서 누구도 손대기 꺼리는 주제가 됐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제조업의 순기능을 정부가 제대로 인식하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제조업을 볼 때 그 산업에서 파생되는 전후방 생산 서비스를 보지 않고 제조기업만 쳐다보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생산 자동화, 스마트팩토리의 도입 등으로 생산 라인의 고용이 줄지만 전후방 생산 서비스를 감안하면 여전히 전체 고용의 40%가 제조업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지원만 제대로 되면 오히려 서비스업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김 부의장은 아웃소싱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 융합 시대에 맞춰 협업을 강화하려면 기업 스스로 모든 걸 하려고 하기보다는 전문 영역에 맞춰 기능과 인력 등을 외부에 위탁해야 생산 서비스 분야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를 통해 전문성을 갖춘 강소기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논리다.
김 부의장은 정부가 노동 유연화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기술이 자주 바뀌면서 기존 업종이 사라지고 새로운 업종이 빠르게 생겨나는 환경에서는 업종 간 전환 능력이 신속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노동유연성이 높아야 한다”며 “실직 위험이 커지는 대신 복지 기반을 갖추고 직업교육 등을 강화해 직무 능력을 갖춘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의장은 “산업 관련 부처에서 산업 경쟁력에 대해 고민을 덜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은 창의성에서 나오고 창의성이 있으려면 자유로워야 한다”며 “규제가 많으니 자유로운 사고나 시도가 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