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D-5] ③ 세기의 밀당에… '90일간 롤러코스터' 탄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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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3월 초 김정은 회담의사 즉석 수락으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물꼬
폼페이오 방북·억류 미국인 귀환으로 탄력…펜스·볼턴 강경론에 北반발로 무산 위기
北 대화의지 확인에 반전…트럼프, 김여철 예방·김정은 친서 받고 회담 개최 공식화'세기의 담판'이 될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시간표와 무대가 최종 확정되기까지 지난 90일은 그야말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손에 땀을 쥐게 만든 '롤러코스터 외교전'의 연속이었다.북미 정상의 밀고 당기기로 굽이굽이 아찔한 변곡점을 넘어온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 논의가 급부상한 것은 지난 3월 8일.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방북 특사단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비핵화와 회담 의사를 전하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즉석에서 수락하면서 회담 개최 논의가 공식적으로 수면 위에 올라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수락 발표는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메가톤급 뉴스였다.
연초까지만 해도 북미 정상은 '핵 단추'까지 언급하며 아슬아슬한 '말의 전쟁'을 벌였기 때문이다.미국과 북한의 지도자가 역사상 처음으로 직접 비핵화 담판에 나선다는 소식은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맞물리면서 한반도 전체를 일순간 '해빙' 분위기로 바꿔놓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5월까지 만나겠다"며 '속전속결'의 의지를 보이면서 회담 개최는 기정사실이 됐다.그리고 3월 31일~4월 1일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극비리에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북미정상회담 개최는 더욱 굳어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의 방북 특사단으로부터 전해 들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향을 직접 확인했다는 소식을 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4월 9일 각료회의에서 "5월 말 또는 6월 초 만날 것"이라며 회담 시점을 처음으로 밝힌 데 이어 "회담의 세계적 성공",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 "회담이 아주 멋질 것" 등 낙관적 전망을 쏟아냈다.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같은 달 24일 열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지난해까지 '꼬마 로켓맨'으로 불렀던 김 위원장에 대해 "매우 많이 열려 있고 훌륭하다"는 호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회담 확정을 위한 북미간 실무 협상은 급속히 진전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5일 연속 이틀에 걸쳐 회담 날짜와 장소가 결정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에도 회담 일정 발표가 계속 늦어지면서 다시 회담 확정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7∼8일 김 위원장이 극비리에 두 번째로 중국을 방문해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재확인하자 미국 정부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난기류는 '대북 전령사'로 떠오른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달 8∼9일 두번째로 방북하면서 말끔히 해소됐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의제 조율과 동시에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을 송환해오는 '선물'을 안고 귀국했고, 이는 회담 성사 분위기를 더욱 띄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 억류자 귀국 당일인 지난달 10일 곧바로 회담 날짜와 장소를 6월 12일 싱가포르로 발표하는 것으로 화답했다.이틀 뒤인 지난달 12일에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똑똑하고 정중한 몸짓"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회담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13일 '안보 사령탑'인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언론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폐기한 핵·미사일 장비와 물질을 미국(테네시주 오크리지)으로 가져오는 방식을 언급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급변했다.
북한이 이를 일괄타결 비핵화의 대표적 사례인 '리비아 모델'로 받아들이고 볼턴 보좌관을 비난하면서 북미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을 거론하고,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문제 삼아 예정된 남북고위급 회담을 전격 취소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미국 내에서는 다시 북미정상회담 무산설이 돌기 시작했고,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을 재확인하며 북한의 엄포에 대해 "새로운 게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야당인 민주당을 중심으로 북미정상회담 회의론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전략에 휘말려 섣부른 합의를 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도 침묵을 깨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달 17일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내놓으며 최후통첩성 경고를 던졌다.'당근'은 회담장에 나와 비핵화에 합의하면 김정은 정권의 '안전'을 보장하고 북한을 부유하게 만들어주겠다는 것이었고, '채찍'은 회담을 거부할 경우 리비아를 '초토화(decimation)'했던 '리비아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겠다는 경고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합의하지 않으면 리비아처럼 끝날 수 있다고 경고하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미국 시간으로 지난달 23일 저녁 담화를 내고 펜스 대통령을 향해 맹비난을 쏟아내며 정상회담 '재검토'를 거론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튿날인 지난달 24일 '공개서한'을 통해 불과 20일 앞으로 다가온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하며 한반도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발표는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지 이틀 만에,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된 지 약 3시간 만에 나온 것이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수락한 지 77일만이었다.하지만 무산되는 듯 보였던 북미정상회담은 북한이 의외로 유화적 태도로 반응하면서 재추진 쪽으로 급선회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달 25일 오전 '위임에 따라'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면서 여전히 북미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며 화답했다.
또 당초 예정했던 6월 12일에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좌초 위기에 놓였던 북미정상회담은 하루 만에 다시 원상회복 쪽으로 기류가 바뀌었고, 회담 준비를 위한 북미 실무회담과 고위급 회담이 판문점, 싱가포르, 뉴욕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이달 1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예방을 받고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은 뒤 6·12 싱가포르 회담 개최를 공식화했다.백악관은 지난 4∼5일 북미정상회담이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다고 차례로 세부 일정을 확정 발표했고, 이를 '첫 회담'이라고 표현하며 후속회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연합뉴스
폼페이오 방북·억류 미국인 귀환으로 탄력…펜스·볼턴 강경론에 北반발로 무산 위기
北 대화의지 확인에 반전…트럼프, 김여철 예방·김정은 친서 받고 회담 개최 공식화'세기의 담판'이 될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시간표와 무대가 최종 확정되기까지 지난 90일은 그야말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손에 땀을 쥐게 만든 '롤러코스터 외교전'의 연속이었다.북미 정상의 밀고 당기기로 굽이굽이 아찔한 변곡점을 넘어온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 논의가 급부상한 것은 지난 3월 8일.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방북 특사단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비핵화와 회담 의사를 전하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즉석에서 수락하면서 회담 개최 논의가 공식적으로 수면 위에 올라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수락 발표는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메가톤급 뉴스였다.
연초까지만 해도 북미 정상은 '핵 단추'까지 언급하며 아슬아슬한 '말의 전쟁'을 벌였기 때문이다.미국과 북한의 지도자가 역사상 처음으로 직접 비핵화 담판에 나선다는 소식은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맞물리면서 한반도 전체를 일순간 '해빙' 분위기로 바꿔놓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5월까지 만나겠다"며 '속전속결'의 의지를 보이면서 회담 개최는 기정사실이 됐다.그리고 3월 31일~4월 1일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극비리에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북미정상회담 개최는 더욱 굳어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의 방북 특사단으로부터 전해 들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향을 직접 확인했다는 소식을 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4월 9일 각료회의에서 "5월 말 또는 6월 초 만날 것"이라며 회담 시점을 처음으로 밝힌 데 이어 "회담의 세계적 성공",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 "회담이 아주 멋질 것" 등 낙관적 전망을 쏟아냈다.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같은 달 24일 열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지난해까지 '꼬마 로켓맨'으로 불렀던 김 위원장에 대해 "매우 많이 열려 있고 훌륭하다"는 호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회담 확정을 위한 북미간 실무 협상은 급속히 진전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5일 연속 이틀에 걸쳐 회담 날짜와 장소가 결정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에도 회담 일정 발표가 계속 늦어지면서 다시 회담 확정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7∼8일 김 위원장이 극비리에 두 번째로 중국을 방문해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재확인하자 미국 정부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난기류는 '대북 전령사'로 떠오른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달 8∼9일 두번째로 방북하면서 말끔히 해소됐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의제 조율과 동시에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을 송환해오는 '선물'을 안고 귀국했고, 이는 회담 성사 분위기를 더욱 띄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 억류자 귀국 당일인 지난달 10일 곧바로 회담 날짜와 장소를 6월 12일 싱가포르로 발표하는 것으로 화답했다.이틀 뒤인 지난달 12일에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똑똑하고 정중한 몸짓"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회담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13일 '안보 사령탑'인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언론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폐기한 핵·미사일 장비와 물질을 미국(테네시주 오크리지)으로 가져오는 방식을 언급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급변했다.
북한이 이를 일괄타결 비핵화의 대표적 사례인 '리비아 모델'로 받아들이고 볼턴 보좌관을 비난하면서 북미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을 거론하고,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문제 삼아 예정된 남북고위급 회담을 전격 취소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미국 내에서는 다시 북미정상회담 무산설이 돌기 시작했고,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을 재확인하며 북한의 엄포에 대해 "새로운 게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야당인 민주당을 중심으로 북미정상회담 회의론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전략에 휘말려 섣부른 합의를 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도 침묵을 깨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달 17일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내놓으며 최후통첩성 경고를 던졌다.'당근'은 회담장에 나와 비핵화에 합의하면 김정은 정권의 '안전'을 보장하고 북한을 부유하게 만들어주겠다는 것이었고, '채찍'은 회담을 거부할 경우 리비아를 '초토화(decimation)'했던 '리비아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겠다는 경고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합의하지 않으면 리비아처럼 끝날 수 있다고 경고하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미국 시간으로 지난달 23일 저녁 담화를 내고 펜스 대통령을 향해 맹비난을 쏟아내며 정상회담 '재검토'를 거론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튿날인 지난달 24일 '공개서한'을 통해 불과 20일 앞으로 다가온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하며 한반도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발표는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지 이틀 만에,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된 지 약 3시간 만에 나온 것이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수락한 지 77일만이었다.하지만 무산되는 듯 보였던 북미정상회담은 북한이 의외로 유화적 태도로 반응하면서 재추진 쪽으로 급선회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달 25일 오전 '위임에 따라'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면서 여전히 북미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며 화답했다.
또 당초 예정했던 6월 12일에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좌초 위기에 놓였던 북미정상회담은 하루 만에 다시 원상회복 쪽으로 기류가 바뀌었고, 회담 준비를 위한 북미 실무회담과 고위급 회담이 판문점, 싱가포르, 뉴욕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이달 1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예방을 받고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은 뒤 6·12 싱가포르 회담 개최를 공식화했다.백악관은 지난 4∼5일 북미정상회담이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다고 차례로 세부 일정을 확정 발표했고, 이를 '첫 회담'이라고 표현하며 후속회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