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게임업계 주52시간, 출시 전 몰아치기 불가피 vs 야근 강요는 시대착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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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측 "일률적 규제는 기업 성장 발목 잡는 최대 걸림돌""야근 없는 탄력근무제 시행한다고 하지만 '게임 출시해야 한다'며 은근히 야근 강요하는 게 현실이다"
반대 측 "자유로운 환경 속 창의적 결과물이 진짜 경쟁력"
국내 대형 게임사에 근무하는 A씨는 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많은 이들이 크런치 모드(마감을 앞두고 퇴근 없이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것)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를 것"이라 말했다. A씨가 다니는 게임사는 지난 1년간 직원 스스로 근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했다.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내달 1일 시행된다. 당장은 300인 이상 기업에 해당되지만 50인 이상 기업도 2020년부터 적용받게 된다.
국내 10대 게임사가 300인 이상 기업에 해당하는 만큼 게임업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 이미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게임 3사(3N)는 물론, 중견 업체들도 저마다의 방법으로 대책을 마련한 상태다. 업체들은 대부분 유연근무제, 탄력근로제 등을 도입해 근로 환경 개선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크런치모드와 같은 나쁜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적극 도입하겠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개발 인력이 많은 콘텐츠 산업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무분별한 규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개발 업무 특성상 신제품 출시 이전에 노동을 집중해야 하는데, 법으로 규제하는 건 사업 경쟁력을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게임업계의 주 52시간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은 "적게 일하면서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말한다. 산업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규제는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견 게임사 간부는 "근무 환경이 개선돼야 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대안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찬성 측은 "성장을 위해서는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우리도 야근해야 한다는 주장은 구시대적 발상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중소 개발 스튜디오에 일하는 B씨는 "자유로운 근무 환경에서 나오는 창의적인 결과물이 진짜 경쟁력"이라며 "기존 기업문화를 답습하는 간부급 임원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주 52시간 근무제도 유명무실해질 것"이라 했다.
중소 게임사들은 대형·중견 게임사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양한 사례를 종합해 최선의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다. 게임사 관계자는 "근로 시간 단축은 인건비 확대와 많은 부분 연계돼 있다"며 "실패·성공 사례를 참고해 긍정적인 효과를 끌어내겠다"고 했다. 임직원들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면서 국내 게임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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