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가상화폐 ‘증권’ 해당 여부, 마케팅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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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에 대한 기대감 심어주면 증권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화폐(암호화폐)에 증권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며 증권의 기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SEC는 모든 증권의 공모와 판매는 SEC에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증권법에 따라 암호화폐 이더리움이 증권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있다. 1933년 제정된 증권법은 모든 증권의 공모와 판매는 SEC에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개인간 거래에도 적용된다. 등록 면제 규정이 있지만,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재커리 팔론(Zachary Fallon) 전 SEC 위원은 7일 블록체인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증권의 기준에 대해 “암호화폐공개(ICO)를 비롯해 암호화폐를 홍보하며 수익에 대한 기대를 조성했다면 증권에 해당된다”고 제시했다.
팔론 전 SEC 위원은 “마케팅 기법이 증권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데 있어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ICO나 암호화폐를 홍보하며 투자 기회라고 말했다면 사람들에게 디지털 자산이 이익을 만드는 가치가 있다고 인식시킨 만큼 증권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같은 이유에서 실제 사용할 목적이 아니라 투기 목적으로 ICO에 참여한 사람이 있다면 이 경우에도 증권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된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SEC의 감독을 받아야 하며, 강제폐쇄 명령을 받을 수도 있다. 7일 외신에 따르면 제이 클레이튼 SEC 의장은 ICO가 증권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토큰 세일은 증권거래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원칙을 고수했다. 클레이튼 위원장은 또 “전통적인 증권의 개념을 바꿀 계획도, 필요성도 없다”며 “증권 매매를 규제하는 기관으로써 (암호화폐 판매로 현금을 창출하고 사업을 하는) 행위에 확실한 규제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증권에 해당하는 암호화폐들에게 강도높은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장기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금융시장에 편입된다는 의미지만, 갑작스럽게 고강도 규제를 적용 받는 것은 개별 암호화폐에 충격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팔론 전 SEC 위원은 이러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암호화폐의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팔론 전 SEC 위원은 “1920년대 투자 광풍 이후 대공황이 찾아왔고, 대공황의 재발을 막기 위해 탄생한 것이 증권법”이라며 “증권법은 시장의 균형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탄생했다”고 강조했다. 엄중한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만큼 증권법 자체가 수정 등의 절차를 거쳐 암호화폐에 완화된 기준을 제시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의미다.그는 “규제에 담긴 모든 의미와 배경을 이해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들기 위한 책임감을 갖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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