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사회적 배려 아쉬운 정신질환자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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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bluesky@hankyung.com“정신질환자들이 입원 대신 외래 진료를 받으며 지역사회에 복귀하도록 돕는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병원 밖으로 나온 이들이 갈 곳이 부족합니다.”
국내 한 대학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효과는 있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5월30일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정신질환자들의 입원 절차가 복잡해졌다. 이전에는 환자가 입원하지 않겠다고 밝혀도 보호자와 의사 한 명만 동의하면 입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문의 두 명이 동의해야 한다. 올해부터는 국립정신병원에 설치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이 같은 환자의 입원이 적절했는지를 한 달 안에 반드시 평가해야 한다. 부적절한 강제 입원을 막겠다는 취지다.정신과 의사들은 법의 의도는 좋지만 여전히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몇몇 의료기관에서는 전문의 두 명의 진단이 없어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퇴원하는 일도 생겼다. 강제 입원 치료를 한 뒤 나중에 적절한 입원이 아니라고 판정받으면 의사가 불이익을 받을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정신과 의사들은 정신건강복지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신질환자들을 포용해야 하는 사회 인식도 부족하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정신건강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혐오시설로 낙인찍어 센터 설립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센터가 생기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정신건강 분야에 투입하는 예산도 턱없이 적다. 지자체 가운데 정신건강시설 투자에 가장 신경 쓴다는 서울시만 해도 한 해 예산이 500억원을 조금 넘는다. 서울시 연간 예산(30조원)의 0.17%에 불과하다. 미국 뉴욕주의 한 해 정신건강 예산은 전체의 2.7%인 4조9000억원이다. 서울시보다 100배 가까이 많다. 사회적 차별은 물론 이들이 치료받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입원도 못하고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보니 환자와 같이 생활해야 하는 보호자들의 부담만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배려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