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엔터테인먼트·항공株 "기다렸다, 여름 휴가철"

'서머랠리' 기대주는

中 사드보복 해제… 곡물가격 상승세
오리온·CJ제일제당 등 실적개선 기대
삼성전자 등 반도체株도 반등 가능성
코스피지수가 2500선을 좀처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 우려와 글로벌 무역 분쟁,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여름철 소비가 늘어나면서 주식시장이 강세를 띠는 ‘서머 랠리’가 펼쳐질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물 경기 둔화로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식품, 엔터테인먼트(영화), 항공 등 전통적 ‘여름주’가 서머 랠리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수+수출 ‘양수겸장’ 식품주오리온, CJ제일제당 등 식품주는 지난 3월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중국 간 관계 개선과 국내 소비심리 회복에 힘입어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중국 수출 부진 우려로 지난 1월4일 10만1000원까지 하락했던 오리온(8일 종가 14만8500원)은 남북한 정상회담 준비가 본격화한 3월 상승세로 돌아섰다. 3월 이후 주가 상승률은 37.5%에 달한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반도 긴장 완화로 중국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보복 조치가 해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데다 국내 소비심리도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면서 식품주 강세 기대가 커졌다”고 말했다. 작년 1분기 중국에서 50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오리온은 지난 1분기 49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삼성증권은 오리온이 올해 중국에서 작년보다 800% 가까이 급증한 169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농심, 매일유업도 올해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질 식품주로 꼽힌다.올 들어 소맥(밀), 옥수수 등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도 식품주 강세의 요인이 되고 있다. 소맥과 옥수수 선물 가격은 연초 이후 각각 23%, 7%가량 올랐다. 이 연구원은 “곡물 가격 상승은 식품 기업의 제품 판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수익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자회사 CJ헬스케어 매각 등 사업구조 재편에 들어간 CJ제일제당에 주목하는 전문가도 많다. 김종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의 올해 예상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약 5.0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매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인 안인기 파트너는 “오뚜기는 일부 제품의 판매가격 인상에 힘입어 매출과 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반도체주, 다시 떠오를까

증권가에서는 한동안 부진했던 반도체주가 올여름을 기점으로 다시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주의 매출과 이익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주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올해 예상 순이익 기준으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PER은 각각 4.5배, 7.6배에 불과하다.

유동원 키움증권 글로벌전략팀장은 “인공지능(AI), 전기자동차 등 4차 산업혁명 수혜주를 찾아 글로벌 투자자금이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며 “국내 반도체주는 해외 경쟁사와 비교해 주가가 싸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로선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운용사인 블랙록이 지난달 이후 SK하이닉스와 LG그룹 계열 반도체설계 기업인 실리콘웍스 지분을 늘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란 분석이다.전문가들은 이달 들어 세계적으로 반도체 등 기술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고 입을 모은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증시에서 나타나는 기술주 강세를 보면 외국인이 IT주에 관심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조만간 IT주 강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에 비해 기대수익률이 높은 기술주 등 성장주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난다는 점도 반도체주의 상승 여력을 키우는 요인이란 설명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