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참 이어 젊은 판사도 '수사 신중'

서울지법판사 "대법이 고발" 15%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 '분수령'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법원 내 분위기가 지난 8일 전국법원장 회의를 기점으로 검찰 수사 의뢰 불가 쪽으로 변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2기 전국법관대표회의 1차 회의. /한경 DB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71명 중 ‘대법원이 검찰 고발 또는 수사 의뢰를 해야 한다’는 답변은 26명으로 15.2%에 그쳤다. ‘수사 촉구 의견’은 61명(35.7%)으로 절반에 미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판사들이 근무하고 있는 핵심 법원이다.

선임 법관들이 줄줄이 집단적으로 검찰 수사반대 의사를 드러낸 데 이어 일선 판사들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부적으로는 젊은 판사와 중견 판사의 대립처럼 보이지만 내부 분위기는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았다는 게 다수 법관의 이야기다.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의 일부 판사가 적극적인 언론 인터뷰 등으로 여론몰이에는 성공했지만 법원 내부의 생각과는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단독 판사는 “일부 판사들이 분위기를 수사 쪽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고 그들의 목소리가 실제보다 과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당수 단독·배석 판사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고 여론 몰이식 행태에 대해 ‘적폐청산이냐’며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지역의 한 부장판사도 “일부 인권법 판사들이 단체채팅방에서 ‘법관 탄핵’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데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이런 가운데 11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찬반 양측은 이번 회의의 ‘토론 대전’을 위해 물밑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