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피카소 '골든 뮤즈'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스페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1927년 파리에서 그의 예술적 뮤즈가 된 17세의 마리 테레즈 발테르를 만났다. 두 사람의 관계는 당시 발테르가 어린 데다 피카소가 러시아 발레리나 올가 코클로바와 막 결혼한 상태여서 비밀로 지켜졌다. 하지만 1932년 피카소의 대규모 회고전에서 그의 초상화가 처음 공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피카소는 발테르를 ‘황금 같은 뮤즈(golden muse)’라 부르며 그를 모델로 ‘책 읽는 여인’, ‘꿈’, ‘튤립이 있는 정물화’ ‘창가에 앉은 여인’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 ‘등불’ 등의 명작을 쏟아냈다. 22세의 발테르가 잠든 모습을 그린 ‘꿈’은 미국 헤지펀드 거물 스티브 코언이 2013년 카지노 재벌 스티브 윈에게서 1억5500만달러(약 1660억원)를 주고 사들여 화제를 모았다.

1932년 완성한 이 그림도 22세의 발테르를 모델로 그린 걸작이다. 고개를 숙인 채 책을 읽고 있는 발테르의 매혹적인 모습을 황금빛 색채로 처리해 사랑의 이상과 현실을 잘 묘사했다. 피카소 특유의 입체파적 기법이 확연히 드러난다. 발테르를 모델로 작업한 다른 작품들보다 훨씬 차분하고 부드러우며 달콤한 느낌이 든다.

이 그림은 오는 19일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가 런던에서 여는 ‘여름 세일’에서 새 주인을 찾는다. 미술시장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거래된 적이 없는 작품으로 추정가는 4500만달러(약 480억원)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