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미래차 파트너는 중국 IT기업… 모빌리티 혁신 이끌겠다"

현대차, 中 기업과 전방위 협업

미래기술 '3종세트' 손잡아
AI 스타트업 딥글린트와
고차원 영상인식 기술 개발
바이두 '자율주행 프로젝트' 참여
QQ뮤직과는 인포테인먼트 개발

한계 넘을 실험장 이젠 중국
10년 前엔 실리콘밸리였지만
지금은 중국이 '혁신 용광로'
中 점유율 회복 등 진두지휘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오른쪽)이 13일 중국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전자제품박람회 ‘CES아시아 2018’에서 중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딥글린트의 자오용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두 회사의 기술 협력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의 ‘미래형 기술기업’과 손잡고 중국 미래자동차 시장을 공략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딥글린트,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바이두, 중국 최대 음원사이트 QQ뮤직 등과 협업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13일 중국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전자제품박람회 ‘CES아시아 2018’에 참가해 중국 기업과의 협업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중국은 기업의 열정과 신기술에 개방적인 고객에 힘입어 모빌리티(이동수단) 기술혁신을 선도하고 있다”며 “현대차도 혁신적인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中 기업과 미래車 기술 확보현대차는 2013년 설립된 중국의 스타트업 딥글린트와 공동으로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딥글린트는 AI를 적용한 영상인식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자동차 주변에 어떤 사물이 있는지 제대로 판단하는 게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이기 때문에 영상인식 기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딥글린트와의 협업으로 중국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기존 차량의 주행성능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운전자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바이두가 진행하는 자율주행차 연구사업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다임러, 포드, 베이징자동차, 보쉬, 델파이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 및 부품사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정보기술(IT)기업도 대거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는 아폴로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의 도로환경에 최적화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아차는 중국 IT기업 텐센트가 운영하는 음원사이트 QQ뮤직과 손잡고 중국 맞춤형 인포테인먼트(차량 내 정보나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기능)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기아차와 QQ뮤직이 함께 만드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탑승자의 말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차량 내 기기를 작동한다. 운전자가 “졸려”라고 말하면 신나는 음악을 자동으로 재생하고 창문을 열어 잠을 깨우는 방식이다.◆중국 시장에 집중하는 정의선

정 부회장은 현대·기아차와 중국 기업의 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과 미래자동차는 정 부회장이 가장 신경 쓰는 분야”라며 “중국 미래차 시장에 현대차그룹의 미래 먹거리가 달려 있는 만큼 정 부회장이 협업 문제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 부회장은 이날 ‘인간·고객·환경·사회를 위한다’는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기술 개발 목표도 공개했다. 그는 “현대차는 사람들이 보다 행복하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친환경차를 통해 깨끗한 환경을 구축하는 것에 기여하고 사고 없는 안전한 교통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자동차 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0년보다 앞으로 10년의 기술 발전이 산업을 더욱 많이 바꿀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들과 힘을 모으겠다”고 덧붙였다.중국 시장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 부회장은 “10년 전 ‘이동수단의 한계를 뛰어넘는 실험이 어디서 일어날까’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미국 실리콘밸리라고 답했겠지만 지금은 중국이라고 말하겠다”며 “중국 시장을 시작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여러 혁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떨어진 중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일도 정 부회장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그는 지난 4월10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엔씨노(한국명 코나)를 중국에 공개하는 행사에 참석한 데 이어 2주 뒤 열린 베이징모터쇼에서도 중국 전용 세단 라페스타를 직접 소개했다. 정 부회장은 이날 행사장을 둘러본 뒤 중국 공장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