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스캔들' 넘고 완승… '8전9기' 송철호, 울산에 민주당 깃발

6·13 국민의 선택 - 지방선거 격전지

부산 오거돈, 여유있는 승리
서병수에 20%P 이상 앞서

무소속 출마한 원희룡
제주서 문대림 제치고 재선
더불어민주당은 전통의 보수 텃밭인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을 싹쓸이하면서 ‘동진’에 성공했다. 민주 당원의 댓글조작 사건인 이른바 ‘드루킹 의혹’도 ‘힘 있는 여당’을 원하는 경남 지역 민심을 되돌리지 못했다. 민주당 계열 후보가 부울경에서 당선된 건 1995년 광역단체장 선거 도입 이후 처음이다. 수도권 최대 격전지였던 경기도에선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배우 김부선 씨의 스캔들 의혹에도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13일 수원 선거사무소에서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승리를 확신한 듯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부울경 싹쓸이한 민주당남북한 및 미·북 정상회담 이슈로 잠잠했던 6·13 지방선거는 드루킹 의혹과 함께 경남에서 달아올랐다. 야권은 국회 파행을 감수하면서 ‘드루킹 특검’을 지난달 21일 관철시켰지만 실제 득표로 이어지진 않았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는 56.8%를 얻어 김태호 한국당 후보(40.1%)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김경수 후보가 오차 범위를 넘어선 압도적 우위를 보인 것이다.

김경수 후보는 선거 초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이 커지면서 한때 사퇴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정작 민심엔 큰 영향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란 홍보 효과가 더해지면서 여유 있게 승리했다. 공직 선거에 여섯 번 출마해 여섯 번 이겨 ‘선거의 달인’으로 불렸던 김태호 후보도 끝내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권영진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후보가 13일 오후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도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을 등에 업고 여유 있는 승리를 거뒀다.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오거돈 민주당 후보가 58.6%로 서병수 한국당 후보(35.4%)에게 23.2%포인트 앞섰다. 오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하루 전날인 지난 6일까지 진행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서 후보를 이겼다. 2014년 지방선거에선 서 후보가 오 후보를 1.3%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울산시장 선거에서는 송철호 민주당 후보가 55.3%로, 38.8%를 얻은 김기현 한국당 후보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됐다. 송 후보는 울산에서 도지사와 국회의원을 포함해 여덟 번을 낙방한 끝에 당선을 눈앞에 뒀다. 울산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이 김 후보 측근을 수사하자 한국당은 ‘정치 공작’이라고 반발하며 총력전을 벌였지만 여론의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최문순 더불어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가 13일 지지자들과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막판 네거티브 공방경기 지역은 선거 내내 네거티브 공방과 후보 간 고소·고발이 잇따랐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59.3%의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예상돼 33.6%를 얻은 남경필 후보를 크게 앞섰다. 25.7%포인트 차다. 지난달 29일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가 TV 토론회에서 이 후보와 배우 김부선 씨 간의 녹취록과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른바 ‘여배우 스캔들’ 의혹이 제기됐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10일 이 후보를 허위사실 공표죄 등 네 건의 혐의로 고소했지만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제주지사 선거에선 원희룡 무소속 후보가 문대림 민주당 후보에게 막판 역전승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출구조사에서 원 후보는 50.3%의 지지율로 문 후보(41.8%)보다 8.5%포인트 앞설 것으로 예측됐다. 선거 막판 두 후보는 초박빙의 판세를 이어갔다. 이번주 진행된 민주당 내 여론조사에선 6%포인트 차로 문 후보가 앞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자 제주에선 각종 사건·사고도 일어났다.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이 한 토론회에서 원 후보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이후 “아빠가 호상당해야 할 텐데…”라는 원 후보 딸의 페이스북 글이 나와 논란을 일으켰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