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강남서 사상 첫 승리… 서울 기초단체 25곳 중 24곳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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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국민의 선택 - 기초단체장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서초구 한 곳을 제외한 24개 서울 자치구를 석권했다. 강남구에서 민주당 구청장이 나온 건 1995년 민선 기초자치단체장 선거가 도입된 후 처음이다.
서울 25개구 표심
격전지 강남 3구·중구·중랑구
민주, 모두 전략공천 '적중'
박원순 시장과 소통 내세워
신속한 재건축 추진 어필
'현직 프리미엄' 11곳도 전승
민주당, 서초구 제외한 24개 자치구 장악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서초구를 제외한 나머지 24개 자치구에서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은 현직 구청장이 출마한 11개 자치구에선 전승을 기록했다. 자유한국당은 재임에 도전한 조은희 후보만 당선시켰다.
서울의 최대 격전지는 한국당 출신 구청장이 지켜온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중구·중랑구였다. 강남 3구는 민선 1, 2기 송파구를 제외하고 모두 한국당이 내준 적이 없는 곳이었다. 민주당이 20개 자치구를 차지한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도 한국당 후보는 민주당 후보를 강남·서초·송파구에서 각각 25.9%포인트, 17.0%포인트, 9.7%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민주당은 5개 자치구에 모두 전략 공천을 하고, 지도부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동반 유세에 나서며 집중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중랑구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행정1부시장을 지낸 나진구 구청장과 경합할 후보로 2015~2017년 박 시장 재임 중 같은 직책을 맡은 류경기 당선자를 공천했다. 최대 격전지로 예고됐던 강남구엔 당내 경선을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어 노무현 대통령 때 국정홍보처장을 지낸 정순균 당선자를 후보로, 송파구엔 노무현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박성수 당선자를 내세웠다. 박 시장이 공식 선거기간 중 송파구와 강남구를 찾은 횟수만 다섯 차례다. 박 시장은 지난달 31일 송파구 유세현장에서 “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울시의 좋은 정책이 송파구에 적용되지 않아 송파 구민이 손해를 봤다”며 박성수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재건축 공약’ 내세워 강남 3구 표심 자극
민주당은 당선이 유력한 박원순 시장을 내세워 집중 공략에 나섰다. 강남 3구 시민들의 표심을 자극할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서울시 협조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강남 3구 민주당 후보들도 이례적으로 ‘재건축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 후보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재건축 사업 정상화 적극 지원 △노후 공동주택 재건축 추진을 위한 과잉 규제 해소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신속한 재건축 진행을 위한 규제 완화 추진 △재건축 층고 제한 완화 노력을 공약으로 한 장영철 한국당 후보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박 시장은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의 방해 때문에 서울시와 소통이 안 돼 강남구 발전이 가로막혔다”며 정 후보 지원 사격을 하기도 했다. 이정근 서초구청장 후보는 조은희 한국당 후보와 마찬가지로 경부선 지하화를, 박성수 송파구청장 후보는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권 심판론’에 출렁인 서울 구청장 선거서울 구청장을 민주당이 싹쓸이하다시피 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심판론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박 시장이 처음 당선된 2010년부터 서울 자치구는 민주당 텃밭이었다. 제5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강남구, 송파구, 서초구, 중랑구를 제외한 21개 자치구를 차지했다. 6회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기존 4개 자치구에 중구만을 내주며 20개 자치구에서 승리를 거뒀다. 5회 지방선거는 이명박 전 대통령, 6회 지방선거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심판론’ 성격이 강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6년 4회 지방선거에선 당시 한나라당이 25개 자치구 전역을 싹쓸이했다. 2002년 김대중 정부가 끝난 직후 실시된 3회 지방선거 때도 한나라당은 22개 자치구를 차지했다. 반대로 김영삼 전 대통령 임기 말인 1998년 치러진 2회 지방선거에선 19개 자치구에 민주당 출신 구청장이 들어섰다. 김영삼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던 1995년 1회 지방선거 때도 민주당이 23개 자치구를 휩쓸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