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환청·혼잣말에 담긴 인간 마음의 본질

내 머릿속에 누군가 있다
빈센트 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편지 600여 통을 보냈고, 테오는 약 40통을 답신했다. 고흐의 편지는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옮긴 일종의 혼잣말이었다. 가령 거리의 버드나무를 어떻게 그릴 것인지 누군가와 대화하듯 차근차근 풀어놓는다. 동생을 위한 해설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그리기 전략을 구체화하는 과정처럼 보인다.

그는 언어매체를 통해 시각매체를 창작해냈다. 상상한다는 것은 언어적인 행위에 매우 가깝다. 우리가 창의적인 문제에 집중할 때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한다. 이런 내면의 목소리를 광기나 병리학적 상태로만 볼 수는 없다. 우리 인간은 내면의 여러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불협화음 그 자체다.《내 머릿속에 누군가 있다》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는 현상을 실마리로 인간 의식의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책이다. 조현병(정신분열) 환자들이 듣는 환청부터 혼잣말로 경기전략을 세우는 운동선수, 신의 목소리를 듣는 역사적 인물, 등장인물과 대화하는 작가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인간의 마음이란 블랙박스에 한걸음씩 다가간다. 사뮈엘 베케트와 버지니아 울프, 소크라테스와 아우구스티누스 등 예술가와 철학자, 어릴 때 성폭력을 당한 뒤 지독한 환청에 시달린 조현병 환자의 이야기들은 마음의 본질로 향하는 지름길을 일러준다.

저자는 내면의 목소리를 우리 자아가 던지는 소통적 대화라고 해석한다. 우리가 던져야 하는 질문은 ‘당신의 문제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라고 강조한다. (찰스 퍼니휴 지음, 박경선 옮김, 에이도스, 444쪽, 2만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