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병' 고친 대처·'따뜻한 보수' 내건 캐머런… 시대 변화 맞춰 꾸준히 진화

보수가 보수를 심판하다

박지향 서울대 교수가 본 영국 보수당의 성공 비결
“200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온 배경엔 유연함이 있습니다.”

15일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보수당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역사와 전통은 존중하되 공정함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점진적이지만 꾸준한 개혁을 추구해 왔다는 설명이다. 또 법과 질서를 바로세우되 사회적인 약자를 보듬는 ‘원 네이션(하나의 국가)’을 지향했기에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영국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한 것은 보수당”이라며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에는 시장원리에 기반한 개인주의로 돌아가 영국병을 고쳤고 21세기에는 다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따뜻한 보수’를 내건 것처럼 시대의 변화에 맞춰 꾸준히 개혁을 추구해 왔다”고 말했다.

결속력도 보수당이 성공한 비결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가 불거졌을 때도 보수당 내에 반대 목소리가 작지 않았지만 당의 방침이 정해지자 분열이 아니라 방법론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했다.박 교수는 이번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보수 정당들의 참패에 대해 “안보장사로 기득권만 지키는 데 급급했던 이들이 패배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당을 비롯한 한국의 보수 정당들은 보수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조차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