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전 앱티스 대표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 개발…부작용 없고 일정한 약효 유지"

생산비용 낮고 약효 개량 용이
차세대 유방암·대장암 약 개발
정상전 앱티스 대표가 분자 구조 모형을 들고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의 작용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병훈 기자
‘항체약물접합체(ADC)’는 특수 연결체(링커)를 이용해 항체에 약물을 붙인 ‘유도 미사일’이다. 항체는 특정 항원을 찾아가는 성질이 있는데 이 때 약물을 항체에 붙여주면 자연스레 약물이 항원을 가진 세포까지 전달되기 때문이다. 약물의 전달력을 높이고 다른 세포에 약물이 작용하는 걸 막아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ADC에 이용되는 항암 항체의 특허 만료가 올해부터 2022년까지 몰려 있어 ADC 개발 연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ADC 연구는 주로 바이오 벤처기업이 하고 있으며 대기업은 기술 이전 받는 걸 검토중인 곳이 많다.그런데 지금까지 만들어진 ADC에는 몇 가지 단점이 있었다. 약효를 정밀하게 조절하지 못하거나 만드는데 비용이 많이 들었다. 약효 조절이 가능하면서도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ADC를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 기업이 있다. 정상전 성균관대 약대 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는 앱티스다. 정 대표는 “돌연변이 항체를 만들지 않고도 항체의 특정 부위에 원하는 만큼만 약물을 붙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ADC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1세대 ADC’는 항체에 붙이는 약물의 양과 접합 위치를 조절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약물의 농도, 항원에 대한 결합력, 약효의 지속기간 등을 균질하게 유지하기 어려웠다. ‘2세대 ADC’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항체를 구성하는 특정 아미노산에 돌연변이를 일으킨 뒤 거기에 링커를 형성해 약물을 붙였다. 그러나 돌연변이 항체를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기존 항체 생산시설이 아닌 새 시설을 만들어야 했다. ADC를 한 번 만들고 나면 약효를 개선하는 것도 어려웠다.

정 대표는 이런 단점을 보완한 ‘3세대 ADC’를 만들고 있다. 그는 “항체는 1300개 이상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라이신’ 아미노산은 약 90개가 있다”며 “이 90개 중에서도 특정 위치에 있는 2개의 아미노산에만 링커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결과적으로 링커의 위치와 거기 붙는 약물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돌연변이가 아닌 일반 항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 돌연변이에 특화된 생산시설을 따로 만들 필요도 없다. 그는 “2세대에 비해 훨씬 경제적으로 ADC를 생산할 수 있다”며 “약효 개선도 기존 항체의 틀 내에서 하기 때문에 투자와 혁신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상전 앱티스 대표가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병훈 기자
앱티스가 보유한 기술은 항체의 특정 위치에 링커를 만드는 기술이지만 의약품 임상시험은 ‘항체-링커-약물’이 붙어 있는 전체 ADC별로 따로 해야 한다.

앱티스는 3세대 ADC 기술을 적용한 유방암과 대장암 항암제를 만들고 있다. 두 약 모두 동물실험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도출하고 있는 단계다. 정 대표는 “유방암과 대장암 항암제는 현재 1세대 ADC 기술을 적용한 것만 있어 3세대 기술을 활용해 치료제를 만들면 경제성이 클 것”이라며 “전임상이나 1상쯤 됐을 때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을 파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정 대표는 1990년 성균관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포스텍에서 1992년 화학 석사학위를, 1996년 유기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 화학과 박사후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 동국대 화학과 교수 등을 거쳐 지난해 성균관대 약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2015년부터 식품의약안전처 약전토론그룹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앱티스는 2016년 창업했다. 앱티스는 비상장 기업이다. 지금까지 약 55억여원의 투자를 받았다. 3세대 ADC 기술과 관련된 특허를 5개 갖고 있다. ADC와 관련 없는 관절염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으며 이 역시 현재 전임상 단계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