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생리대로 美 아마존서 1년 만에 20억 매출 올린 무서운 그녀들, ‘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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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스 안·원빈나 라엘 공동대표 인터뷰
“모든 여성이 안심할 수 있는 제품 만들고파”
첫 해 매출 20억원, 미국 아마존 평점 5점 만점 중 4.6점, 23억원의 투자 유치…
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창업 첫 해만에 미국 시장에서 기록한 성과다. 이 업체가 판매한 것은 다름 아닌 유기농 생리대. 제품의 가치를 보고 소프트뱅크벤처스, 에이티넘파트너스, 미국 유통업체 스라이브마켓(Thrive Market) 등이 앞다퉈 이 기업에 투자했다.미국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업체는 한국인 여성 3명이 창업한 스타트업 라엘이다. 미국 여성들은 왜 유기농 생리대에 큰 관심을 보였을까? 아네스 안 라엘 공동대표는 “생리대는 여성이 40년 동안 사용하는 제품이지만 그동안 안전성에 대해서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소비자의 입장에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고 강조했다.라엘은 여성 위생용품을 제조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업체의 주력 상품은 유기농 순면으로 제조한 생리대. 한국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상품이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찾기 힘든 제품이다. 세계최대 생활용품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이 미국 생리대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해 다양한 제품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한국은 지난해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이 일어난 이후 개선된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미국은 아직 공론화조차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라엘은 미국 여성들의 ‘안전한 생리대’ 수요를 정확히 공략했다. 출시 1년 만에 20만 팩을 판매하며 미국 아마존 유기농 생리대 부문 판매 1위를 달성했다. 편안한 사용감도 인기에 한 몫 했다. 기존 유기농 생리대 제품들은 무해함을 강조하다보니 착용감, 흡수성 등이 떨어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 아마존의 구매 후기에도 착용감이 우수하다는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원빈나 라엘 공동창업자 겸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시제품 개발 이후 소비자들의 불만을 빠르게 반영해 6~7차례 개선을 거쳤다”고 말했다.안 대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요인으로 아마존을 꼽았다. 첫 제품이 출시되고 아마존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기를 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마존 이용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브랜드가 아닌 구매 평가와 후기”라며 “후발주자인 라엘이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요인 덕분”이라고 설명했다.라엘의 각자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던 3명의 여성이 의기투합해 세운 스타트업이다. 아네스 안, 원빈나, 백양희 3인의 공동대표는 창업 전 각각 프리랜서 작가, 디자인 회사 직원, 디즈니 배급팀 직원이었다. 출판 작업으로 함께 일하던 안 대표와 원 CPO가 먼저 뜻을 맞춘 후 백 공동대표가 창업팀에 합류했다. 안 대표는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를 집필하면서 여성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싶어 창업을 결심했다”고 했다.
셋은 창업팀을 꾸린 후 1년간의 시장조사 끝에 유기농 생리대를 제조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제품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창업자 중 누구도 제조업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첫 시제품을 만들 때까지 6개월이 걸렸다. 생산 업체를 찾기 위해 유럽, 중국, 미국, 한국 등 세계 각지의 공장을 일일이 찾아 다니기도 했다. 원 CPO는 “품질과 가격, 위생까지 모두 만족하는 곳은 한국 업체뿐이었다”며 “한국 업체를 찾으면서 제조의 어려움도 한결 덜게 됐다”고 말했다.
라엘의 목표는 여성용품에서 국제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 이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도 진출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4월부터 티몬, 네이버 쇼핑 등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앞으로 생리대뿐만 아니라 화장품을 비롯한 일반 소비재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안 대표는 “제품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브랜드의 팬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도 적극 진출하겠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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