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靑상납, 뇌물아냐" 첫 판결…朴·MB 재판에 영향 줄 듯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15일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대통령이 지원받아 쓴 것이 뇌물이 아니라는 첫 판단을 내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관련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남재준·이병기·이병호 등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 3명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뇌물공여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금품을 건넸을 때 직무수행에서 편의를 기대할 만한 관계인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게 무죄 판단 사유였다.재판부는 "국정원장과 대통령의 특수관계를 고려하면 편의 명목이었다고 한 것은 다소 막연하고 추상적이며 현실적인 (뇌물공여) 동기로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자금을 전달하면 어느 정도 편의를 받는 게 자연스러운데 그런 자료는 찾을 수 없고, 오히려 국정원장 재임 중 청와대와 마찰을 빚은 사례들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상납한 행위와 관련해 뇌물죄 핵심 요건인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으로 풀이된다.이날 판결은 뇌물 혐의가 적용된 국정원 특활비 수수 사건 가운데 처음 나온 법원 결정이란 점에서 향후 관련 재판에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재판은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관련 뇌물수수 혐의 재판이다.

검찰은 국정원 특활비 36억50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박 전 대통령과 돈 전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문고리 3인방'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구속기소했다.검찰이 뇌물을 건넸다고 본 남 전 원장 등 전직 국정원장 3명의 재판과 뇌물을 받았다고 기소한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은 같은 재판부가 맡고 있다.

이 재판부가 특활비 상납이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만큼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뇌물수수 혐의도 무죄 판단이 내려질 공산이 크다. 검찰은 지난 14일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뇌물수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징역 12년과 벌금 80억원을 구형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뇌물 수수 사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이 전 대통령은 원세훈·김성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약 7억원의 특활비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관여한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은 금품 전달 방조범으로 구속기소 됐다.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과 장석명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국정원 돈을 전달받아 총리실 불법사찰 관련자를 입막음하는 데 쓴 혐의로 28일 1심 선고가 예정된 상태다.

전달 방식이나 용처 등 구체적인 사안은 다르지만, 국정원이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특활비를 전달했다는 사건의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이날 판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 고위직을 지낸 한 변호사는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업무 편의를 봐 달라는 생각을 하고 돈을 줬다는 게 상식과는 잘 맞지 않는다"며 "국정원 특활비를 뇌물로 봤던 것은 처음부터 다소 무리한 법적용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뇌물수수 혐의도 사건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현기완·조윤선·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받는 국정원 특활비 뇌물수수 혐의는 직무 관련성 측면에서 전직 대통령 사건과는 달리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

법원도 이날 판결에서 최 전 부총리에 대한 특활비 상납은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예산편성권자인 기재부 장관에게 돈을 준 것은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현재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 현기환·조윤선·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최경환 전 부총리는 박 전 대통령과는 별도의 국정원 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한다는 입장이다.검찰 관계자는 "대통령은 국정원장의 직속상관이자 직접적인 직무관련자이고 인사·조직·예산·현안에 관한 모든 결정권을 지니고 있다"며 "수수한 금액이 35억원에 달하고 그 금액은 오로지 국민 혈세라는 점에서 직무 관련성 대가관계를 부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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