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리포트] 서울 북쪽 베드타운 도봉구… '문화산업 聖地'로 변신 중

2022년 창업문화산업단지 조성
新경제중심지 핵심사업 역할
창작·문화·오피스시설 들어서

공연장 상업시설도 건설
중장년 창업지원 '50플러스센터'
K팝 전용 '서울아레나' 건립
첨단 로봇과학관·사진미술관도

문화산업 일자리 1만개 창출
문화콘텐츠 생산·소비 '동시에'
일·여가가 있는 거대한 '놀+일터'로
지지부진했던 ‘창동역 신경제중심지’ 조성사업이 구체화되면서 서울 북쪽 끝자락에 있는 베드타운 도봉구가 문화산업 중심도시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 서울아레나, 문화예술인 전용 창업복합단지 등 일과 여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거대한 놀일터(놀이터+일터)’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고용여건과 재정자립도 등이 가장 열악한 도봉구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도봉구 관계자는 “문화콘텐츠 생산과 소비가 한 곳에서 가능한 거대한 문화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일과 삶이 섞인 복합창업공간 들어서2022년께 들어설 45층짜리 ‘창업문화산업단지’는 창동 신경제중심지 조성사업의 핵심이다. 창동 신경제중심지는 서울 최상위 도시계획인 2030서울플랜에서 정한 동북권 광역중심지다. 경기도와 접한 서울 동·서·남·북 자치구 중 유일하게 북쪽만 경제거점 기능을 하는 곳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개발을 추진해왔다.

창동문화산업단지는 창동환승주차장부지(서울 외 거주자가 차량을 갖고 와 주차한 뒤 지하철을 탈 수 있는 시설)에 들어선다. 연면적 15만6200㎡ 규모 주상복합건물로 짓는다. 3600억여원을 들여 2022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도시재생리츠를 설립하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각각 토지를 현물출자하고 사업비를 출·융자하기로 했다. 리츠 운영업체는 오는 10월 선정한다.

지난달 말 창업문화산업단지 국제설계공모 결과 당선작이 나왔다.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 여의도 파크원, 목동 트라팰리스 등 초고층 복합건물 설계 실적이 많은 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가 제안한 건물 디자인 ‘전환의 플랫폼’이다. 45층·17층 건물을 입체적으로 연결해 사방 어디서든 밖에서 안이 보이도록 개방형으로 짓는다. 창업창작레지던스 700실, 문화산업 업무용오피스 300실, 2500여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창업전용오피스 등을 유기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레지던스 앞에 음악동아리실, 오피스 사이에 창작실습실과 공동작업실 등을 넣는 식이다. 영화관, 공연시설, 대중음악 전문 대형서점 등도 들어선다.K팝 전용 공연장 ‘서울아레나’ 초읽기

창동 신경제중심지의 성공은 교통여건이 개선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도봉구는 수도권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의 착공 시기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GTX-C는 경기 수원 금정에서 과천, 서울 양재~삼성역~청량리~광운대역을 지나 창동역을 거쳐 경기 의정부까지 연결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진행 중인 예비타당성조사가 올 해 마무리될 전망이다.청년뿐 아니라 50세 이상 중장년층을 위한 창업지원시설 ‘50플러스센터’도 생긴다. 창동 신경제중심지 중 속도가 가장 빠른 사업이다. 450억여원을 들여 지상 5층 규모로 짓는다. 지난해 국제설계공모를 거쳐 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 등이 공동 응모한 ‘소통의 플랫폼’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지난달 상세설계가 마무리됐고 다음달 착공 예정이다.

창업문화산업단지와 연계한 대중음악 전문공연장 ‘서울아레나’도 주목된다. 창업문화산업단지, 50플러스센터 등에서 공연 및 비즈니스 역량 등을 키운 청년 및 중장년층이 대중 앞에 나설 수 있는 공간이다. 시립창동운동장을 철거한 자리에 들어선다. 국내 처음 들어서는 대중음악 전문공연장이다. 서울아레나는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되면서 사업 지위가 국책사업으로 올라갔다.

민간자본 유치를 포함해 총 5200억여원을 들여 2만석 규모의 공연장, 2500석 규모의 소형 전문공연장, 상업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2016년부터 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서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첨단 로봇과학관·사진미술관도

창업문화시설 북측으로는 440억여원을 들여 로봇과학관과 서울사진미술관을 지을 계획이다. 로봇과학관은 현재 서울광역푸드뱅크 부지에 지상 4층짜리로 짓는다. 전시공간, 교육 및 실습공간 등으로 구성한다. 도봉구 관계자는 “단순 로봇 전시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 로봇기술을 시연하고 미래 삶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미술관은 지상 3층 규모로 짓는다. 근현대 한국 사진 역사관, 미디어 교육장, 사진기술 관련 연구개발(R&D) 테스트공간 등으로 구성한다.

현 하나로마트 부지에 지으려는 ‘복합유통센터’는 개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땅 지분을 70% 보유하고 있는 소유주 측에서 개발계획에 동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창동역 맞은편으로 중랑천을 넘어 펼쳐진 창동차량기지·도봉면허시험장 부지 역시 현존 시설 이전문제로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서울시는 창동 신경제중심지 조성사업으로 문화산업 관련 일자리 1만3000여 개가 새로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봉구는 일자리와 문화인프라가 취약한 베드타운에 머물러왔다. 지난해 기준 도봉구 고용률(취업자수÷생산가능인구)은 17.1%로 서울 전체 평균(43.9%)의 3분의 1가량에 불과하다.1973년 7월 성북구에서 분리돼 신설된 도봉구는 1988년 노원구, 1995년 강북구를 떼어내면서 현재 모습에 이르렀다. 지난해 구 예산은 세입 기준 5023억원이다. 재정자립도는 22위로 서울시 25개 구 중 하위권이다. 징수한 법인지방소득세는 24위(18억원)로 최하위권이다. 상위권인 중구(3042억원) 강남(2875억원) 서초(1307억원) 영등포(1093억원) 종로(889억원) 등의 0.6~2% 선에 그쳤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