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소변 보고 물 내리기 전에

장동민 <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 >
영화 ‘광해’를 보면, 진짜 광해군이 쓰러지자 얼굴이 닮은 천민이 왕을 대신해 가짜로 임금 노릇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이 가짜 왕은 생전 처음 보는 ‘매우틀’을 접하고는 매우 당황해 한다. 당시 왕의 대변은 ‘매화(梅花)’, 소변은 ‘매우(梅雨)’라고 불렀는데 왕이 이 매우틀에 대변과 소변을 보면 어의들이 이를 가져다 보고 왕의 건강을 살폈다.

다시 말해 소변과 대변의 상태가 건강과 질병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등 역할을 했다는 뜻인데, 이는 현대인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소변의 색깔이 너무 진하면 열이 있거나 염증 또는 탈수 상태일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너무 연하면 몸이 냉하거나 수분 섭취가 과하게 많은 상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을 ‘혈뇨’라고 하는데, 콩팥에서 방광을 거쳐 나오는 소변 통로가 손상돼 나타날 수 있고, 신장의 기능이 약해지는 바람에 피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생기기도 한다. 원래 신장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온몸의 피를 걸러서 찌꺼기는 방광으로 내려보내고 피는 재흡수하는 것인데,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경우다.

소변을 볼 때 정말 피가 보일 정도로 출혈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검사를 통해서만 드러나기 때문에 이런 경우를 ‘잠혈반응’이라 부른다.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요새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생 건강검진에서 이런 잠혈반응이 나타나는 때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무조건 겁을 낼 것이 아니라 피로나 스트레스 등의 원인으로 인해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지 알아봐야 한다.

소변을 볼 때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것은 바로 거품이 있는지 여부다. 물론 맥주를 마신 뒤 일시적으로 거품이 많이 생기는 것이라면 걱정할 게 없지만 거품의 양이 너무 많고 10초 정도 지난 뒤에도 거품이 계속 유지된다면 ‘단백뇨’를 의심해봐야 한다. 이는 콩팥의 기능이 떨어져 재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거품의 표면장력이 높아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항간에 한약을 먹으면 콩팥이 나빠진다는 유언비어가 떠도는데 이는 몸에 좋다는 말만 듣고 함부로 아무것이나 마구 먹었을 때의 일이다. 그러므로 무엇을 먹든지 반드시 한의사와 상담을 하고 먹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