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긴축 모드'… 1주일새 신흥국 펀드서 2.4兆 빠져나갔다

요동치는 글로벌 경제

美, 기준금리 인상 이어
ECB, 연말 양적완화 종료

국내 증시도 자금 '썰물'
외국인, 이틀새 1兆 팔아

전문가 "경기 아직은 확장세"
글로벌 기업 2분기 실적 주목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로 지난주 기분 좋게 한 주를 시작한 전 세계 증시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다음날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말까지 양적완화를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추가로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14~15일 이틀간 한국 코스피지수는 2.62% 떨어졌고, 일본 닛케이225(-0.49%)와 중국 상하이종합(-0.91%), 영국 FTSE100(-0.90%)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러시아(-2.66%)와 브라질(-1.89%) 등 신흥국은 낙폭이 더 컸다. 전문가들은 “Fed가 연내 네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신흥국 자금 이탈이 빨라지고 있다”며 “터키 브라질 등 일부 국가에 국한됐던 금융 불안이 다른 국가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신흥국펀드서 글로벌 자금 이탈

17일 글로벌 펀드정보제공업체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7~13일 1주일간 전 세계 주요 신흥국에 투자하는 글로벌신흥국시장(GEM)펀드에선 총 22억1550만달러(약 2조4348억원)가 순유출됐다. 2016년 11월23~30일 46억달러(약 5조554억원)가 빠져나간 후 최대 규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 13일 이후 수치가 반영되는 다음주 발표 데이터에선 GEM펀드 자금 유출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GEM펀드에선 지난 5월9일 이후 6주 연속 자금이 유출됐다. 이 기간 자금 유출 규모는 총 6억3648만달러(약 6조9960억원)에 달한다.투자자들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지역에 투자하는 라틴아메리카 펀드에서도 지난 4월25일 이후 꾸준히 자금을 빼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펀드에선 4월25일부터 6월13일까지 8주간 총 5060만달러(약 556억원)가 빠져나갔다.

한국 증시에선 외국인 매도세가 강해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14~15일 이틀간 1조25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불안감 커지는 증시브라질과 터키 등 해외 자금이 빠져나가며 ‘긴축발작’을 겪고 있는 국가들은 증시 하락세가 2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다. 터키 ISE100지수는 올 4월 초부터 조정을 받기 시작해 6월15일까지 17.74% 떨어졌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같은 기간 17.11% 하락했다.

유럽 등 그동안 상승세를 타던 증시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신흥국 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게 증권업계 시각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글로벌 증시가 때때로 조정받기는 했지만 길게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며 “투자자들 사이에 언제든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어 각국 증시가 외부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분기 실적이 ‘구원투수’될까글로벌 투자자들은 조만간 시작될 2분기 실적 시즌에 주목하고 있다. 아직은 전 세계적으로 경기 확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기업 실적이 양호하게 나올 경우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불안해진 투자 심리가 안정을 찾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있는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 일본 닛케이225, 한국 코스피지수 구성 종목의 2분기 영업이익 증가율 예상치 평균은 각각 34.42%, 8.52%, 4.53%다. 연간으로도 각국 상장사 실적 전망은 나쁘지 않다. 중국 상하이종합과 영국 FTSE100, 프랑스 CAC40지수 상장사들의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각각 37.9%, 23.0%, 23.6%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훼손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업 실적이 예상대로 나온다면 투자심리가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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