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피한 5G 주파수 경매

통신 3사, 총 3.6兆에 낙찰

경합 예상됐던 3.5㎓대역
과열 없이 이틀 만에 종료

100㎒ 딴 SKT "가장 실속"
KT도 100㎒…"속도 우위"
LGU+는 80㎒ "저비용 실리"
최장 9일간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던 5G(5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 경매가 둘째날인 18일 싱겁게 끝났다. 최종 낙찰가는 시작가(최저 입찰가격) 3조2760억원에서 3423억원 늘어난 3조6183억원이었다. 국내 주파수 경매 사상 최고액이다.

다만 애초 통신업계가 예상한 4조원은 밑돌았다. ‘황금 주파수대’로 꼽혀 확보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띨 것으로 관측됐던 3.5기가헤르츠(㎓) 대역에서 통신 3사 가운데 LG유플러스가 한발 물러나면서 각사 주파수 할당량이 확정됐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날 경기 성남 분당에 있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진행한 5G 주파수 경매 둘째날 3.5㎓ 대역에서 SK텔레콤과 KT가 각각 100메가헤르츠(㎒) 폭, LG유플러스가 80㎒ 폭의 주파수를 확보했다. 지난 15일에 이은 이틀째, 전체 9라운드 만에 경매가 끝났다.
3.5㎓ 대역의 각사 낙찰 금액은 SK텔레콤 1조2185억원, KT 9680억원, LG유플러스가 8095억원이다. 3.5㎓ 대역은 전체 280㎒ 폭이다.

내년 상반기 세계 첫 5G 상용서비스를 앞두고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는 3사는 이날 경매 8라운드까지 희망 주파수 할당량을 각각 100㎒(SK텔레콤, KT), 90㎒(LG유플러스)로 써내며 맞섰다. 그러나 경매가격 상승에 부담을 느낀 LG유플러스가 경매 9라운드에서 80㎒로 하향 신청하면서 결론이 났다. 3.5㎓ 대역과 함께 경매에 나온 28㎓ 대역은 지난 15일 경매 첫날 통신 3사에 800㎒ 폭씩 고르게 낙찰됐다.이번 주파수 경매 결과에 대해 3사 모두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SK텔레콤과 KT는 3.5㎓ 대역에서 정부가 정한 최대 할당 상한폭인 100㎒를 확보해 속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3.5㎓ 대역의 2단계 위치 선정 경매를 통해 향후 주파수 추가 확장 시 유리한 위치까지 따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추가 확장(20㎒)할 수 있어 업계가 가장 선호하는 위치를 따낸 만큼 가장 실속 있는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 대비 비용을 1600억~3000억원 줄였다는 점에서 역시 ‘실리’를 챙겼다고 자체 평가했다.5G 주파수 경매 조기 종료와 관련해 업계에선 “경매 때마다 논란이 됐던 ‘승자의 저주’ 학습 효과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 3사를 통틀어 총 20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5G 투자 규모를 감안할 때 첫 투자 단추인 주파수 경매부터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이번 경매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3.5㎓ 대역의 100 대 100 대 80 할당 결과는 향후 속도 구현에 큰 차이가 없어 사실상 균등 할당이나 다름없다”며 “정부가 3.5㎓ 대역의 할당 상한폭을 100㎒로 정한 것도 경매 과열을 막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통신 3사가 이번 경매에서 낙찰받은 주파수의 이용기간은 3.5㎓ 대역이 10년(2018년 12월~2028년 11월), 28㎓ 대역은 5년(2018년 12월~2023년 11월)이다. 3.5㎓ 대역 주파수는 보편적인 이동통신용 전국망 구축에 사용된다. 28㎓ 대역은 통신량이 집중되는 도심이나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초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5G 특화 서비스에 쓰인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