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년간 수익 보장"… 땅투기 노린 '태양광 떴다방' 극성

탈원전 실험 1년
(2) 태양광 사업 현장 가보니…

한전서 전력 고가 매입
"태양광 발전 투자하면 수익률 높고 땅값도 급등"
기획부동산, 투자자 유혹

더 많은 보조금 노린 발전사업체 쪼개기도 기승

전문가 "정부, 조급증 버려야"
지난 15일 전남의 한 야산. 수백 개의 태양광 발전 패널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수년 전만 해도 소나무가 울창했던 자리다. 문제가 터진 건 얼마 전이다. 이 태양광 설비 공사를 했던 시공사가 손실을 많이 떠안게 되면서다. 투자자들도 수익금을 당초 기대만큼 받지 못하고 있다. 1900㎾ 규모에 달하는 태양광 설비의 인허가 과정에서 준공이 지연됐던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정부가 작년 말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20% 달성)을 발표한 뒤 탈(脫)원전과 동시에 태양광 보급을 서두르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탈 수 있다”며 임야에 태양광 패널을 놓은 뒤 이를 쪼개 판매하는 기획부동산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2010년 소나무가 울창했던 전남 화순군의 야산(위)이 소형 태양광 발전소로 바뀌었다. 화순=성수영 기자
◆“정부가 20년간 고가 매입”

‘태양광 발전소’를 분양한다며 온·오프라인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는 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제시 수익률은 연 10~20%다. 은행 예금이자보다 5~10배 높다. 실제로는 땅(임야)을 쪼개 파는 것이어서 과거 기획부동산 행태와 비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수도권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분양하고 있는 A사는 “한국전력과 20년 장기 계약을 맺는 식이어서 안정적인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태양광만 설치하면 지목상 임야가 잡종지로 바뀌기 때문에 땅값도 급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하지만 △인허가 지연 △일조량 부족 △현지 주민과의 갈등 △보조금 감축 등의 이유로 수익률이 당초 기대만큼 높지 않을 것이란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토지 분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조금을 노린 ‘태양광 발전법인 쪼개기’도 극성이다. 지난 4월5일에는 서울 종로구의 한 주소지에서 비슷한 이름의 태양광 발전 사업체 5개가 설립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00㎾ 이하의 소규모 태양광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점을 노리고 발전소 하나를 여러 개로 쪼개는 사례가 있다”고 했다.
◆정상 사업자도 줄줄이 문닫아정부의 잦은 정책 변경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업자들도 많다. 전남의 B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2013년 버섯 재배농장을 지은 뒤 상부를 태양광 패널로 덮기로 했다. 건물 옥상 등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평지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탈 수 있어서다. 완공 뒤 지방자치단체 승인을 기다리던 회사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정부가 2015년부터 B사와 같은 방식의 태양광 설비엔 보조금을 대폭 낮춰 주기로 해서다. 이 회사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소가 완공됐지만 결국 수억원의 손해만 봤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업체 중에선 빚에 허덕이거나 도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달에도 종전 최대 1.2였던 임야 태양광의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0.7로 낮추는 등의 신재생에너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는 22일부터 산에 설치하는 태양광 발전은 보조금이 최대 42% 감소한다.◆전문가 “속도 너무 빠르다”

태양광 발전 부문에서 부작용이 속출하는 것은 정부의 조급증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정부는 2030년까지 추가할 발전 용량(48.7GW) 중 태양광 비중을 63%(30.8GW)로 잡고 있다. 임야·가정·수상·학교 등을 망라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태양광 발전 목표를 너무 높게 잡다 보니 퍼주기식 지원책과 규제가 번갈아 등장하고 있다”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나주·화순=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