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원 받으려고 '시늉'만 내다… 사라진 대학 융합학과 163개

글로벌 인재포럼 2018
고려대는 2010년 3월 융합소프트웨어전문대학원을 출범시켰다. 국가전략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명품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정보기술(IT) 전공자에게는 생명공학·기계·자동차·선박산업을, 비(非)IT 전공자에게는 소프트웨어를 가르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 대학원은 그러나 설립 4년 만인 2014년 신입생 모집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고 말았다. 고려대 관계자는 “과학기술부 도움으로 설립한 대학원이었는데, 재정 지원이 끊기면서 자연스레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융합인재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대학의 인재 양성은 더디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부는 ‘특성화대학사업’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사업’ 같은 여러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융합인재 양성을 독려했다. 결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2010년 무렵부터 전국에 ‘융합’이란 단어가 들어간 학과와 대학원이 등장해 593개가 생겼다. 하지만 정부 자금 지원이 끊어지면서 이 중 163개가 사라진 상태다. 한 사립대 교수는 “대학들이 ‘융합인재 육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정부 재정지원금이 목적인 경우가 많다”며 “한국의 융합인재 교육은 여전히 ‘흉내내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