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게임 개발 속도전… 이젠 따라잡기 불가능"

주 52시간 포비아

IT·게임 업계도 '패닉'

"해킹 터지면 비상근무
1년 단위 탄력근무제 절실"
“게임 개발을 마친 뒤 최종 테스트에 한국 업체가 수개월이 걸린다면 중국 업체는 한 달 안에 해치워요. 수많은 직원을 투입해 밤낮없이 점검하고 곧바로 출시합니다.”

국내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다음달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앞두고 “중국 게임 개발업계의 속도전을 따라잡기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 제일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종 성격상 특정 시기에 업무가 몰릴 수밖에 없는데, 최대 3개월의 탄력근무제 정도로는 인력 운용에 제약이 너무 크다는 하소연이다.게임업체 넷마블의 사례는 근로시간 단축의 명과 암을 잘 보여준다. 2016년 ‘직원 혹사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이 회사는 야간·주말근무를 금지하는 등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직원들 삶의 질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가 컸지만 게임 개발기간이 길어지면서 ‘실적 쇼크’로 이어졌다. 넷마블은 올 1분기 신작 출시가 전무한 탓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62% 급감했다.

전산망을 연중무휴 ‘철통 방어’해야 하는 보안업종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해킹이 감지돼 비상체계를 가동하면 관련 인력의 추가 근무가 불가피할 때가 많다.

유수근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부회장은 “보안 위험단계가 언제 높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추가 채용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공공부문은 올해 예산이 이미 다 짜여 있어 인건비 마련조차 여의치 않다는 설명이다.한 보안업체 임원은 “대기업 계열사는 그래도 대응할 여력이 있지만 중견업체는 특례업종(예외) 지정, 1년 단위 탄력근무제 도입 등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소프트웨어, 보안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IT업계의 주 52시간 근로제 관련 보완책을 이르면 다음주 초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애로사항을 취합해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현우/박근태/배태웅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