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이어 미-이란 회담 성사될까

싱가포르 회담 발판으로 이란에 협상 제의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파격적인 정상회담에 이어 또 다른 앙숙인 미-이란 간 정상회담 가능성이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 회자하고 있다.미북 정상회담으로 수십 년에 걸친 적대관계 해소의 실마리가 마련됨에 따라 미국과 이란도 지도자 간의 담판을 통해 관계 개선의 출구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이다.

아직 성공 여부를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트럼프-김정은 미북 회담이 새로운 적대관계 해소의 한 본보기와 함께 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북 회담을 통해 일단 북핵 문제가 한숨 돌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만큼 또 다른 난제인 이란과의 관계를 역시 유사한 직접 담판을 통해 해결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싱가포르 회담으로 이란에 대한 미국의 외교 레버리지가 높아지고 싱가포르 회담에 대한 이란 내 여론도 상당 부분 긍정적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회담을 제의할 경우 여론전과 함께 이란 지도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이란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표명한 만큼 미-이란 회담이 생각만큼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란의 태도에 따라 미북 회담처럼 전격적인 성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주재 미 대사를 지낸 잘메이 할릴자드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포괄적 협상에 관심이 있음을 내비쳤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란과의 직접 협상 의향을 표명한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21일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정책을 설명하는 가운데 "만약 이란 지도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진정성이나 구상이 의심스럽다면 미북 외교를 지켜보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직접 협상 용의를 가진 만큼 이란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결심에 따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워싱턴 연구소의 데이비드 폴락 선임연구원도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정상회담을 제의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회담을 제의하더라도 손해 볼 게 없으며 이란에 대한 유용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회담을 제의할 경우 문제는 이란의 태도이다.

미국의 전 세계적 오만에 대한 저항을 이념적 기치로 삼고 있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현재로서 회담을 거부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미북 싱가포르 회담의 성과에 대해서도 이란 내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란 지도부는 핵 합의 파기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는 인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란 국민은 싱가포르 회담을 계기로 미-이란 직접 대좌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 회담에 대해 이란 관영 매체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미-이란 직접 협상에 긍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폴락 연구원은 하메네이가 회담에 부정적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로선 회담 제의가 오히려 명분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 국민은 물론 전 세계에 진정한 평화주의자가 누구인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회담을 제의할 경우 수락 여부를 놓고 이란 지도부가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이 이란과의 직접 협상을 시도할 경우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의 중동 동맹들은 당혹해 할 것이다.

그러나 미-이란 접촉은 궁극적으로 현 이란 지도부를 약화할 것인 만큼 미국은 이란과의 접촉에 앞서 이를 동맹들에 설득할 것이라고 폴락 연구원은 전망했다.

만약 이란 측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회담 제의를 수락해 또 다른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핵합의 이외의 다른 요구조건을 다루는 선례가 될 것이며, 이란 국민에게는 자국 정부가 무엇을 최우선시하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핵과 미사일 개발 분야에서 긴밀했던 북한과 이란 관계만큼이나 이란도 미북 회담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