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이은숙 원장 "北에 위암 사망자 많아… 수술 기술 전수할 것"

개원 17주년 맞은 국립암센터 이은숙 원장

저개발국 공적원조 경험 풍부한
국립암센터 첫 여성 원장

"북한에 부족한 것은 암 관련 인프라
국제협력사업 참여하는 방안 추진"
“북한 주민의 주요 사망 원인은 만성질환과 암입니다. 임기 중 이 같은 북한 주민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56·사진)은 20일 개원 17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북한에 암 관리사업 노하우와 암 수술 기술을 전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경남 함안 출신인 이 원장은 지난해 11월 취임했다. 국립암센터 원장을 여성이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원장은 남성 중심인 외과의사 사회에서 여성 최초의 길을 열어온 의사로 꼽힌다. 마산여고, 고려대 의대를 수석졸업한 그는 고려대 출신 첫 여성 외과 전문의다. 국내 유방암 및 유방재건수술 분야 최고 권위자로, 수술 환자만 8000여 명에 이른다. 2000년 국립암센터 개원 멤버로 합류한 뒤 유방암센터장, 면역세포치료사업단장 등을 지냈다. 이 때문에 병원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원장으로 꼽힌다.

그는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에 암 관리사업 시스템을 전수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경험을 살려 북한에도 암 관리 노하우를 전하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많은 사람이 북한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감염병, 영유아 사망 등을 꼽지만 이는 과거 고난의 행군 시기에나 해당하던 것”이라며 “최근 데이터를 보면 북한의 주요 사망 원인은 혈관질환이고 위암, 폐암 등 암 사망자도 많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지닌 암 관리사업 노하우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남북한 교류협력 사업이 시작되면 이를 북한에 전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국내에서 위암은 생존율이 높은 암으로 분류되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 이 원장은 “위암 사망자를 줄이려면 위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내시경을 보급하고 검진 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조기 위암을 수술하는 기술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정한 기관과 손잡고 수술 기술을 전수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이 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정부나 국제단체 차원의 협력사업에 국립암센터가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지리적 이점을 살려 수술이 필요한 북한 환자와 북한 의사가 함께 암센터를 찾아 수술을 참관하는 방식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간암, 폐암 환자도 비교적 많다. 치료만큼 예방이 중요한 질환이다. 이 원장은 “북한 내 의약품이 생각보다 많고 백신 접종률도 높다”며 “부족한 것은 암 관련 인프라로 국립암센터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