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김정은, 남·북·러 3각 경협 공감… 전기·가스·철도부터 협력 가능"

문재인 대통령, 21일 러시아 방문

19년 만에 국빈 방문…러시아 언론과 인터뷰

북미회담 대성공…새 평화체제로 가는 대전환 이뤄
北은 구체적 비핵화 방안, 美는 상응 조치 제시해야
南~北~시베리아 철도로 연결하면 큰 경제이익 생길 것
문재인 대통령이 21~24일 러시아 국빈 방문을 하루 앞둔 20일 청와대에서 러시아 언론과 합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 방문은 1999년 김대중 대통령 이후 19년 만이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남북한 간의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중장기적으로는 동북아 전체의 다자 평화안보 협력체제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타스통신, 러시아방송, 로시스카야가제타 등 러시아 합동 취재단과의 인터뷰에서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기대 이상으로 대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는 문 대통령이 2박3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하기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북·미 회담 대성공”

문 대통령은 “북·미 관계는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역사적인 대전환을 이뤘다”며 “지금 남북 간 합의와 북·미 간 합의는 아주 빠르게 실천되고 있다”고 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함께 북한이 핵과 미사일 발사 시험 중단 및 미사일 엔진 시험장의 폐기를 약속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한국과 미국은 대규모 연합훈련의 유예까지 결정을 내렸다”며 “북한의 미군에 대한 유해 송환도 이른 시일 내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북·미 간에 이른 실무협상이 시작되기를 바란다”며 “북한은 더욱더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고, 미국은 거기에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들을 신속하게 제시하면서 함께 실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이 제시해야 할 비핵화 방안이나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文, 김정은에게 경협구상 설명한 듯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러 3각 경제협력 구상에 김정은이 동의를 표시한 사실도 공개했다. 남·북·러 3각 경제협력 구상은 문 대통령이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제시한 방안으로, 철도와 송전망, 가스관 등 교통 및 에너지 인프라를 한반도를 넘어 러시아까지 잇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문 대통령은 “남북 경제협력은 러시아까지 함께하는 남·북·러 3각 협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남북 간 경제협력이 러시아와의 3각 협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에 서로 공감을 이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구상에 김정은이 동의를 표시한 사실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4·27 남북한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남·북·러 3각 경제협력 구상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전달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담긴 이동형저장장치(USB)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3각 협력이 빠르게 시작될 수 있는 사업으로는 철도, 가스, 전기 등 3개 분야를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북 철도가 연결되고 남북 철도가 러시아 시베리아 철도까지 연결된다면 한국으로부터 유럽까지 철도를 통한 물류 이동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북한에도 큰 경제적 이익이 되고, 한국과 러시아에도 이득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천연가스가 북한과 한국으로 공급되고 나아가 해저관을 통해 일본으로까지 공급될 수 있다”며 “전기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이런 구상이 유라시아 대륙의 공동번영을 촉진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날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 문 대통령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4일 러시아를 방문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통해 김정은을 동방경제포럼에 초청했다. 이에 따라 동방경제포럼에서 남북 정상회담 및 남·북·러 정상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인테르팍스통신 등은 전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