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 의혹' 부른 KTX 여승무원 해고… 이례적 해명 나선 대법원

판결문 대신 보도자료 돌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 행정부와 ‘재판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직접 고용을 촉구하고 있는 KTX 해고 승무원들.
20일 대법원은 ‘KTX 여승무원 해고사건’과 관련해 당시 상황과 법리 등이 담긴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참고자료에서 대법원은 “당시 하급심의 판결이 엇갈리는 상태에서 대법원이 법리를 선언해 기준을 제시했을 뿐”이라며 “KTX 여승무원 사건과 같은 날(2015년 2월26일) 선고된 현대자동차 사건에서도 같은 법리가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KTX에서 승객 접대를 하는 여승무원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이에는 직접 근로관계가 없다고 봤다. 여승무원은 철도유통과 KTX관광레저 소속이었으나 코레일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2006년 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코레일은 이들을 채용하지 않았다. 여승무원들은 2008년 11월 코레일을 상대로 해고 무효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에서 이겼다. 대법원은 코레일과 코레일에 파견된 여승무원 사이에 직접 고용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코레일이 여승무원 업무에 대한 지휘와 명령을 하지 않은 데다 채용과 근무관리를 철도유통과 KTX관광레저가 책임졌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의 설명자료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고위 판사는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는 법언이 있는데 설명자료를 내면서까지 판결에 하자가 없다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지역 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마치 대단한 의혹이 있는 것처럼 일선 법관부터 고위 법관에게 의견을 묻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논란이 커졌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