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박정민의 정성 속 빛나는 '변산'이 탄생하다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밖에 없네"

빛나는 대사들의 향연이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 '변산'이 관객에 웃음과 감동을 안길 준비를 마쳤다.영화 '변산'은 꼬일 대로 꼬인 순간, 짝사랑 선미(김고은 분)의 꼼수로 흑역사 가득한 고향 변산에 강제 소환된 청춘 학수(박정민 분)의 인생 최대 위기를 그린 유쾌한 이야기다.

'변산'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 자리에는 이준익 감독과 배우 김고은, 박정민이 참석했다.

'변산'은 '동주', '박열'에 이은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다. 이 감독은 "'동주' 속 28살의 안타까운 청춘을 잊을 수 없다. '박열'에서도 청춘의 외침을 소홀히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때는 청춘을 즐기기엔 너무나 암울했던 시기다"라며 "그들이 바랐던 이 나라를 살아가는 현재의 청춘들이 많이 사랑하고 다투고 화해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이어 "슬픔과 웃음 그 사이에 재미와 긴장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이 가진 아프고 슬픈 상황이 현재의 웃음으로 재현되는 과정에서 서로 치유하고 아름답게 완성해나간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박정민이 연기한 '학수'는 '쇼미더머니'에 도전하는 래퍼이자 발레파킹,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지내는 청춘을 그렸다.

박정민은 크랭크 인 2개월 전부터 시작해 후반 작업을 위한 녹음까지 약 1년 가까이 랩 연습에 몰두했다. 영화에 나오는 9곡 중 7곡은 박정민이 직접 가사를 쓴 랩이다.그는 "관객들이 캐릭터에 몰입하고 납득될 수 있는 정도는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학수의 마음과 감정을 넣어 랩 가사를 써야 해서 힘들었지만 '언제 이런 걸 해보나'라는 생각으로 재밌게 했다"고 밝혔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곡에는 영화 전체의 상황과 학수의 마음을 모두 담아냈다. 학수의 뒷 이야기까지 예상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오랫동안 고심해 쓴 가사다. 박정민은 촬영 이틀 전에 이 곡을 완성해 촬영에 임했다.

이 감독은 "랩이라는 도구를 통해 젊은 관객들이 가깝게 즐겼으면 좋겠고 나이드신 분들은 랩이 이런 것이라는 걸 알아갔으면 좋겠다. 세대간을 아우르는 선택이다"라고 강조했다.김고은은 학수를 고향으로 강제 소환시킨 학수의 동창 '선미'를 연기했다. 8kg을 증량하며 '선미'의 외모를 완성했고, 전라도 사투리까지 완벽히 소화해냈다.

김고은은 "촬영을 진행하지 않을 때도 다같이 사투리를 쓰면서 생활했고, 중후반부에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선미의 대사 중에서 돌직구와 은유적인 대사가 있어서 촬영하기 전에는 많이 고민스러웠다. 다 찍고 나서 대사들을 봤을 때는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밖에 없네', '노을 빛이 너에게 비단 옷을 입혀주는 것 같아' 등 마치 시인이 쓴 것과 같은 대사들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여러 상황들은 유쾌함을 안긴다.

이처럼 영화는 누구나 숨기고 싶은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사람들과 치유하면서 또다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응원과 위로를 건넨다.'변산'은 오는 7월 4일 개봉 예정이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