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불합리한 금리 산정 사례 '적발'…소득 줄이고 담보는 누락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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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 KEB하나, 신한, 우리, 농협, 기업, SC, 씨티, 부산은행 대상 점검
금감원 "가산금리 모니터링 강화…현장점검 실시도"
국내 은행들이 대출금리 산정 과정에서 일부 가산금리를 불합리하게 산정·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은 고객의 소득을 적게 입력하거나 제공한 담보를 없다고 입력하는 등의 편법으로 금융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높은 금리를 부과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대출금리 모범규준'의 개정 추진, 가산금리 변동현황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및 현장점검 실시 등을 골자로 한 개선방안을 내놨다.
금융감독원은 21일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결과(잠정) 및 향후 감독방향'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가산금리란 기준금리(금융채·CD금리·코픽스 등을 활용)와 함께 대출금리를 구성하는 금리다. 대출 취급시 발생하는 업무원가, 각종 리스크 관리비용(리스크프리미엄, 유동성프리미엄, 신용프리미엄, 자본비용 등), 교육세 등 법적비용과 목표이익률(마진) 등으로 구성된다.
최근 금리가 상승하고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은행권에서는 코픽스 금리 산정 오류(2017년 11월), 가산금리를 중복 산정해 금리를 올렸다가 이를 수정하는 사례 등이 발생했다.
이에 은행권의 대출금리 산정체계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금감원은 지난 2~3월중 KB국민, KEB하나, 신한, 우리, 농협, 기업, SC, 씨티, 부산은행 등 9개 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적정성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다.금감원의 점검 결과에 따르면 일부 은행에서는 수년간 가산금리를 재산정하지 않고 고정 값을 적용하거나, 경기불황기를 반영해 산정하는 등 불합리하게 가산금리를 선정한 사례가 발생했다.
목표이익률(마진)을 산정하거나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때에도 불합리한 운용 사례가 적발됐다.
신용도가 상승한 차주가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해 신용프리미엄 가산금리가 인하됐으나, 해당 차주에 대해 영업점장이 그간 적용해주던 우대금리를 이유 없이 축소하면서 신용프리미엄 하락폭만큼 금리가 인하되지 않은 사례가 발견된 것이다.목표이익률의 경우 경영목표와 관계없는 요인(해당 은행이 과거 1년간 차주에게 할인해서 적용한 우대금리 평균값(이율))을 가산하는 방식으로 불합리하게 산정하거나, 내부위원회 심사를 거치지 않고 회계연도 중간에 목표이익률을 인상하기도 했다.
일부 은행 영업점에서는 고객의 정보를 조작해 입력하는 등의 다소 심각한 사례도 적발됐다.
직장인 A씨는 은행이 소득을 조작해 부당하게 높은 금리가 적용된 경우다. A씨는 2015년11월16일 5000만원의 가계일반대출을 받으면서 6.8%의 대출금리를 적용(2017년11월16일 상환)받았다. 그러나 은행은 고객의 연소득(8300만원)이 있음에도 소득이 없다고 전산 입력해 연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실제보다 높게 산출되었고, 이로 인해 부채비율 가산금리 0.5%포인트(p)를 적용, 50만원의 이자를 추가 부담하게 됐다.
개인의 담보를 누락해 은행이 부당 이득을 취한 사례도 있다. 개인사업자 B씨는 2017년3월27일 3000만원의 담보대출을 받으면서 8.60%의 대출금리를 적용(대출약정이 1회 연장되어 2018년5월31일 현재까지 미상환)받았다. 그러나 은행이 담보가 없다고 입력하면서 신용프리미엄이 정상(1.0%)보다 2.7%p 높은 3.7%로 적용되었고 이에 현재까지 96만원의 이자를 추가 부담했다.
은행 영업점 직원이 전산으로 산정된 금리가 아닌 행내 최고금리를 적용해 차주에게 과도하게 높은 금리를 적용한 경우도 있었다. 개인사업자 C씨는 2018년1월5일 21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은행이 전산시스템에서 산출되는 대출금리(9.68%)를 적용하지 않고, 내규상 최고금리(13%)를 부과함에 따라 2018년5월31일 현재까지 28만원의 이자를 추가 부담했다.
오승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리산정 시스템은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하나 일부 은행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며 "특히 고객의 정보 입력을 조작한 사례가 적발된 A, B, C은행의 경우에는 환급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향후 대출금리가 합리적으로 산정되도록 은행의 업무 개선을 지도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2012년 11월 제정돼 시행중인 '대출금리 모범규준'에 대해 가산금리와 목표이익률 등이 합리적·체계적으로 산정 부과되도록 개정한다. 구체적인 보완방안은 금융위·금융연구원·은행권 공동으로 구성된 TF를 통해 논의될 예정이다.
또 소비자가 금리산정내역을 상세히 알 수 있도록 정보제공을 강화한다. 대출약정시 은행 영업점에서 제공하는 대출금리 산정내역서에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부수거래 우대금리(항목별)를 명시해 소비자에게 제공토록 할 계획이다.은행연합회의 대출금리 비교공시에는 가·감 조정금리를 별도로 구분 공시해, 차주가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아울러 금감원은 은행별 주요 여신상품의 가산금리 변동현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취약 가계나 영세기업이 불공정하게 차별받는 사례가 포착되는 경우에는 즉시 현장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금감원 "가산금리 모니터링 강화…현장점검 실시도"
국내 은행들이 대출금리 산정 과정에서 일부 가산금리를 불합리하게 산정·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은 고객의 소득을 적게 입력하거나 제공한 담보를 없다고 입력하는 등의 편법으로 금융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높은 금리를 부과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대출금리 모범규준'의 개정 추진, 가산금리 변동현황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및 현장점검 실시 등을 골자로 한 개선방안을 내놨다.
금융감독원은 21일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결과(잠정) 및 향후 감독방향'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가산금리란 기준금리(금융채·CD금리·코픽스 등을 활용)와 함께 대출금리를 구성하는 금리다. 대출 취급시 발생하는 업무원가, 각종 리스크 관리비용(리스크프리미엄, 유동성프리미엄, 신용프리미엄, 자본비용 등), 교육세 등 법적비용과 목표이익률(마진) 등으로 구성된다.
최근 금리가 상승하고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은행권에서는 코픽스 금리 산정 오류(2017년 11월), 가산금리를 중복 산정해 금리를 올렸다가 이를 수정하는 사례 등이 발생했다.
이에 은행권의 대출금리 산정체계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금감원은 지난 2~3월중 KB국민, KEB하나, 신한, 우리, 농협, 기업, SC, 씨티, 부산은행 등 9개 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적정성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다.금감원의 점검 결과에 따르면 일부 은행에서는 수년간 가산금리를 재산정하지 않고 고정 값을 적용하거나, 경기불황기를 반영해 산정하는 등 불합리하게 가산금리를 선정한 사례가 발생했다.
목표이익률(마진)을 산정하거나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때에도 불합리한 운용 사례가 적발됐다.
신용도가 상승한 차주가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해 신용프리미엄 가산금리가 인하됐으나, 해당 차주에 대해 영업점장이 그간 적용해주던 우대금리를 이유 없이 축소하면서 신용프리미엄 하락폭만큼 금리가 인하되지 않은 사례가 발견된 것이다.목표이익률의 경우 경영목표와 관계없는 요인(해당 은행이 과거 1년간 차주에게 할인해서 적용한 우대금리 평균값(이율))을 가산하는 방식으로 불합리하게 산정하거나, 내부위원회 심사를 거치지 않고 회계연도 중간에 목표이익률을 인상하기도 했다.
일부 은행 영업점에서는 고객의 정보를 조작해 입력하는 등의 다소 심각한 사례도 적발됐다.
직장인 A씨는 은행이 소득을 조작해 부당하게 높은 금리가 적용된 경우다. A씨는 2015년11월16일 5000만원의 가계일반대출을 받으면서 6.8%의 대출금리를 적용(2017년11월16일 상환)받았다. 그러나 은행은 고객의 연소득(8300만원)이 있음에도 소득이 없다고 전산 입력해 연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실제보다 높게 산출되었고, 이로 인해 부채비율 가산금리 0.5%포인트(p)를 적용, 50만원의 이자를 추가 부담하게 됐다.
개인의 담보를 누락해 은행이 부당 이득을 취한 사례도 있다. 개인사업자 B씨는 2017년3월27일 3000만원의 담보대출을 받으면서 8.60%의 대출금리를 적용(대출약정이 1회 연장되어 2018년5월31일 현재까지 미상환)받았다. 그러나 은행이 담보가 없다고 입력하면서 신용프리미엄이 정상(1.0%)보다 2.7%p 높은 3.7%로 적용되었고 이에 현재까지 96만원의 이자를 추가 부담했다.
은행 영업점 직원이 전산으로 산정된 금리가 아닌 행내 최고금리를 적용해 차주에게 과도하게 높은 금리를 적용한 경우도 있었다. 개인사업자 C씨는 2018년1월5일 21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은행이 전산시스템에서 산출되는 대출금리(9.68%)를 적용하지 않고, 내규상 최고금리(13%)를 부과함에 따라 2018년5월31일 현재까지 28만원의 이자를 추가 부담했다.
오승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리산정 시스템은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하나 일부 은행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며 "특히 고객의 정보 입력을 조작한 사례가 적발된 A, B, C은행의 경우에는 환급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향후 대출금리가 합리적으로 산정되도록 은행의 업무 개선을 지도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2012년 11월 제정돼 시행중인 '대출금리 모범규준'에 대해 가산금리와 목표이익률 등이 합리적·체계적으로 산정 부과되도록 개정한다. 구체적인 보완방안은 금융위·금융연구원·은행권 공동으로 구성된 TF를 통해 논의될 예정이다.
또 소비자가 금리산정내역을 상세히 알 수 있도록 정보제공을 강화한다. 대출약정시 은행 영업점에서 제공하는 대출금리 산정내역서에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부수거래 우대금리(항목별)를 명시해 소비자에게 제공토록 할 계획이다.은행연합회의 대출금리 비교공시에는 가·감 조정금리를 별도로 구분 공시해, 차주가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아울러 금감원은 은행별 주요 여신상품의 가산금리 변동현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취약 가계나 영세기업이 불공정하게 차별받는 사례가 포착되는 경우에는 즉시 현장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