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책임감·낮은 자세로… '승자의 저주' 경계한 민주당 당선자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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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 151명 한자리에“민심으로부터 버림받는 것은 한순간이다.”
문 대통령 "부정부패 연루 없도록
당이 가교 역할 해달라" 주문
추미애 "무관용 엄정 단속"
이춘석 "한국당 위기 남일 아냐"
당선자들 "대통령 짐 나눠지겠다"
“이제 홍수·지진이 나도 더불어민주당 책임인 시대다.”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151명의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이 한자리에 모인 2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전국 당선자끼리 상견례가 끝난 뒤 추미애 대표의 연설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일순 바뀌었다. 추 대표를 비롯해 이날 연단에 오른 당 지도부는 시종일관 ‘초심’을 강조하며 기강 단속에 나섰다. 추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에 자만하거나 지지율만 믿어선 안 된다”면서 “민심이라는 건 한순간이다. 언제 어떻게 실수하거나 또 지켜야 할 도리를 하지 못하면 민심으로부터 버림받는다”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추 대표는 “대통령도 선거 결과에 등골이 송연하다고 했듯이 당선자들이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추 대표는 기자들과 별도로 만나 문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기 앞서 전한 당부의 말도 공개했다. 추 대표는 “‘대통령께서 (국민이) 민생·경제의 무게감을 느끼고도 준 힘이기 때문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는 상황임에도 국민이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준 만큼 정부·여당이 정책으로 이에 보답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추 대표는 “(문 대통령이) 아직 경험을 갖추지 못한 당선사례도 있으니까 당이 중심이 돼 가교 역할을 해주고, 부정부패를 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그런 당부를 했다”고 전했다. 지방선거 당선자 가운데 자질 등 일부 함량이 미달한 당선자로 인한 불상사를 당이 중심이 돼 미연에 방지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3선에 성공해 151명의 기초단체장 당선자 대표자로 무대에 오른 염태영 수원시장은 “‘등에 식은땀이 난다’는 문 대통령의 두려움을 기초단체장이 똑같이 나눠서 지고, 대통령의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며 “‘민주당 자치단체장이 전국을 석권하니 달라지더라’는 말이 나오도록 지방정부를 내실 있게 키워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간판의 경북 첫 기초단체장이 된 장세용 구미시장 당선자는 “대구·경북 변화의 시금석이 된 것 같다”며 “제가 시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2년 뒤 총선, 4년 뒤 지방선거 대구·경북 판도가 달렸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당선자의 자세와 역할’을 주제로 강의를 한 이춘석 사무총장은 “이제는 홍수 지진이 나도 민주당이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됐다”며 각별한 자세를 주문했다. 이 사무총장은 “지금 자유한국당이 처한 위기가 남의 일이 아니다. 여러분이 잘못하면 우리도 똑같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사무총장은 “어렵게 손을 내민 국민의 손을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절대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압도적 지지를 압도적으로 잘하는 행정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당선자 대회에서는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사무처장의 ‘김영란법의 이해’ 와 임성남 통일부 1차관이 ‘한반도 평화의 길’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