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는 폐 건강에만 악영향? "심·뇌혈관에 더 큰 영향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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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가 폐 건강뿐 아니라 뇌졸중, 심장질환 발생 등 혈관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이 지역별 초미세먼지 농도와 기대수명, 질병과 생존기간 간 상관관계를 조사했더니 2015년 한해 동안 국민 1만1900여 명이 초미세먼지로 인해 조기사망했다.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KMS) 7월호에 실릴 예정이다.미세먼지로 조기 사망한 국민 1만1900명 중 5646명이 뇌졸중 때문에 사망했다. 심장질환(3303명)과 폐암(2338명)이 뒤를 이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WHO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인한 질환별 사망자수는 뇌졸중, 허혈성 심장질환이 각각 40%로 전체 사망자의 80%를 차지한다. 폐암과 호흡기 질환 사망자는 20%로 이보다 적다.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의 대부분은 혈관성 질환 때문에 발생한다는 의미다. 나정호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일반적 인식과 달리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보다는 뇌졸중과 같은 혈관성 질환에 더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초미세먼지가 뇌졸중보다는 호흡기 질환에 더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이미영 순천향대 의료생명공학과 교수팀이 설문조사를 했더니 참여자의 90% 이상이 미세먼지 등 환경유해인자가 호흡기질환이나 폐질환과 관련있다고 답했다. 뇌졸중 등 신경계 질환과 관련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5% 미만이었다.이 교수는 "미세먼지 등 환경유해인자는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당뇨 비만 같은 대사성 질환,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등 신경계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이 터지는 출혈성 뇌졸중으로 분류된다. 허혈성 뇌졸중은 크게 동맥경화증으로 인해 혈관이 막힐 때,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으로 색전이 혈관을 막을 때, 작은 혈관이 막혔을 때 생긴다.
나 이사장은 "초미세먼지(2.5 μm 이하의 크기)는 기관지 섬모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의 모세혈관을 통해 우리 몸에 흡수된다"며 "미세먼지가 혈액 안을 돌아다니면서 신체 내 염증 반응이 증가하고 동맥경화증이 악화돼 혈관세포 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했다. 자율신경계 기능에 문제가 생겨 부정맥을 일으키고 이 때문에 뇌졸중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미세먼지가 혈관으로 흡수될 때 기존 혈관 속 동맥경화부위에 쌓여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키고 뇌혈류를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나 이사장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한국 일본 대만 중국 홍콩 등 미세먼지 영향을 받는 인근 국가에서 뇌졸중으로 인한 입원이나 사망이 증가한다"며 "매년 심뇌혈관질환 사망 위험인자를 분석해보면 남녀 모두 공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증가한다"고 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환경재단이 주최한 미세먼지센터 창립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다음소프트의 빅데이터분석에 따르면 미세먼지와 이민을 함께 거론한 숫자는 2015년 125건, 2016년 822건, 2017년 1418건으로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미세먼지용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다. 공기청정기를 구입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지자체와 정부 차원에서 미세먼지 대책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나 이사장은 "고혈압, 당뇨병, 흡연 등 뇌졸중 위험인자를 조절, 관리하려는 개인, 사회,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며 "그러나 미세먼지는 근본적이고 정확한 실태 파악도 안돼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피부로 안심할 수 있다고 느끼기에는 개인, 사회 그리고 국가적 대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특히 미세먼지는 주변 국가 때문에 발생하는 부분도 크기 때문에 국내서만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뇌졸중 발생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뇌졸중 벨트(stroke belt)'를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성장기나 청년기에 이 지역에 살았는지가 뇌졸중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위험인자에 노출되는 것은 뇌졸중 발생에 영향을 주는 위험인자라는 의미다.
나 이사장은 "후손들이 뇌졸중으로 인한 장애없이 살기 위해서는 주변 국가들과 공통의 노력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이 지역별 초미세먼지 농도와 기대수명, 질병과 생존기간 간 상관관계를 조사했더니 2015년 한해 동안 국민 1만1900여 명이 초미세먼지로 인해 조기사망했다.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KMS) 7월호에 실릴 예정이다.미세먼지로 조기 사망한 국민 1만1900명 중 5646명이 뇌졸중 때문에 사망했다. 심장질환(3303명)과 폐암(2338명)이 뒤를 이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WHO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인한 질환별 사망자수는 뇌졸중, 허혈성 심장질환이 각각 40%로 전체 사망자의 80%를 차지한다. 폐암과 호흡기 질환 사망자는 20%로 이보다 적다.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의 대부분은 혈관성 질환 때문에 발생한다는 의미다. 나정호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일반적 인식과 달리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보다는 뇌졸중과 같은 혈관성 질환에 더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초미세먼지가 뇌졸중보다는 호흡기 질환에 더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이미영 순천향대 의료생명공학과 교수팀이 설문조사를 했더니 참여자의 90% 이상이 미세먼지 등 환경유해인자가 호흡기질환이나 폐질환과 관련있다고 답했다. 뇌졸중 등 신경계 질환과 관련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5% 미만이었다.이 교수는 "미세먼지 등 환경유해인자는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당뇨 비만 같은 대사성 질환,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등 신경계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이 터지는 출혈성 뇌졸중으로 분류된다. 허혈성 뇌졸중은 크게 동맥경화증으로 인해 혈관이 막힐 때,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으로 색전이 혈관을 막을 때, 작은 혈관이 막혔을 때 생긴다.
나 이사장은 "초미세먼지(2.5 μm 이하의 크기)는 기관지 섬모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의 모세혈관을 통해 우리 몸에 흡수된다"며 "미세먼지가 혈액 안을 돌아다니면서 신체 내 염증 반응이 증가하고 동맥경화증이 악화돼 혈관세포 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했다. 자율신경계 기능에 문제가 생겨 부정맥을 일으키고 이 때문에 뇌졸중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미세먼지가 혈관으로 흡수될 때 기존 혈관 속 동맥경화부위에 쌓여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키고 뇌혈류를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나 이사장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한국 일본 대만 중국 홍콩 등 미세먼지 영향을 받는 인근 국가에서 뇌졸중으로 인한 입원이나 사망이 증가한다"며 "매년 심뇌혈관질환 사망 위험인자를 분석해보면 남녀 모두 공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증가한다"고 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환경재단이 주최한 미세먼지센터 창립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다음소프트의 빅데이터분석에 따르면 미세먼지와 이민을 함께 거론한 숫자는 2015년 125건, 2016년 822건, 2017년 1418건으로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미세먼지용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다. 공기청정기를 구입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지자체와 정부 차원에서 미세먼지 대책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나 이사장은 "고혈압, 당뇨병, 흡연 등 뇌졸중 위험인자를 조절, 관리하려는 개인, 사회,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며 "그러나 미세먼지는 근본적이고 정확한 실태 파악도 안돼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피부로 안심할 수 있다고 느끼기에는 개인, 사회 그리고 국가적 대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특히 미세먼지는 주변 국가 때문에 발생하는 부분도 크기 때문에 국내서만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뇌졸중 발생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뇌졸중 벨트(stroke belt)'를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성장기나 청년기에 이 지역에 살았는지가 뇌졸중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위험인자에 노출되는 것은 뇌졸중 발생에 영향을 주는 위험인자라는 의미다.
나 이사장은 "후손들이 뇌졸중으로 인한 장애없이 살기 위해서는 주변 국가들과 공통의 노력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