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 오른 광역시" 대전에 갭투자자 '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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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쇼크'에도 올들어 안정부동산 규제가 서울·수도권에 집중되자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하는 갭투자자들이 대전으로 이동하고 있다. 외지인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세종 입주 물량에 휘청대던 대전 아파트시장이 올 들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매 가격과 전셋값은 큰 하락세 없이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인근 청주·공주 등 집값 하락
전세가율 높은 대전은 꿋꿋
서울거주자 서구 아파트매입
2015년 2.3% → 올들어 4.1%
"세종시 입주 끝나면 시세 분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전은 5대 광역시 중 유일하게 2010년 이후 아파트값이 급등하지 않은 점이 재료”라며 “갭투자자들이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매입하고 있지만 세종 입주 물량에 눌려 시세를 분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대전 아파트 강보합 전환
25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올해 세종 입주 물량은 1만2060가구(임대, 도시형 생활주택 제외)다. 지난해에도 1만3910가구가 집들이를 했다.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자 전용면적 84㎡ 전셋값이 1억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세종의 새 아파트로 이동하는 사람이 늘어나며 지난 2년간 인근 충북 청주, 충남 공주의 아파트시장은 하락세를 보였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청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2015년 12월=100)는 93.7로, 지난해 1월 97.1에서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세종 ‘입주폭탄’에도 대전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이 가장 먼저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반짝 상승한 뒤 올 들어서 횡보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매매가격지수는 102.9로, 지난해 1월(100.6) 대비 소폭 올랐다. 서구 둔산동 ‘크로바’ 전용 101㎡ 매매 가격은 지난해 6월 5억500만원이었지만 최근 5억8500만원을 호가한다. 로열동 로열층은 6억2000만원에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둔산동 K공인 관계자는 “세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여 일부 임차인이 매매로 전환하고 갭투자자도 유입되면서 매매 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전셋값은 같은 기간 1000만원 상승해 4억5000만원이다. 최근 3~4년간 대전 시내에 신규 공급이 적었던 영향이 크다.
◆세종보다 싼 게 매력전문가들은 대전 아파트가 세종의 차선책 역할을 하며 아파트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장 세종에 들어가기는 가격이나 기반시설 부족이 부담스러운 충청권 수요자들이 중간 거점으로 대전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경기 평택 고덕신도시에 관심을 가졌던 실수요자들이 인근 비전동에 먼저 들어가 도시 개발을 기다린 것처럼 세종에 못 들어간 수요자가 대전에 진입한다”고 설명했다.
갭투자 수요도 집값을 받치는 요인이다.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갭투자자들은 2016년 초부터 대전으로 진입했다. 새 아파트 부족으로 서구와 유성구 일부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90% 수준으로 오른 게 계기가 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대전 서구 아파트를 매입한 서울 투자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2015년 2.3%에 그쳤지만 2016년 3.4%, 2017년 3.2%, 올해 4.13%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 갭투자자는 “동일 생활권인 세종 입주 물량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갭투자자 진입 시기가 너무 빨랐다”며 “세종 입주 물량 탓에 대전 전셋값이 매매 가격을 크게 밀어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종 입주 물량이 완전히 소화돼야 대전 아파트값이 본격적으로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전국 광역시 중에서 집값이 가장 싼 데다 새 아파트 공급도 부족해 세종 입주가 끝나면 시세를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